2,016,187.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자들과 연관된 아이돌들의 2017년 앨범 판매량(가온차트 기준)을 합친 숫자다.

2,016,187.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자들과 연관된 아이돌들의 2017년 앨범 판매량(가온차트 기준)을 합친 숫자다. 이 중 워너원이 판매한 1,355,618장을 제외하면 660,569장이 남는다. 그중 뉴이스트 W가 30만 장을, 나머지 30만 장을 JBJ, MXM, 더 보이즈, 정세운, 사무엘, 용국&시현이 가져갔다. 2015년 연간 앨범 판매량 결산 차트에서 100위권에 든 신인 아이돌은 세 팀으로, 세븐틴과 아이콘, 업텐션뿐이었다. 2년 동안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는 신인 아이돌 팀이 두 배가량 늘었다. 모두 ‘프로듀스 101’ 출신이거나, 여기에 출연했던 멤버가 포함돼 있는 경우다. 그 외에는 없다.
이 수치는 2018년에 소위 ‘프듀 출신’ 아이돌들이 꾸준히 새 앨범을 내거나 데뷔할 수 있는 동력이다. 2018년 들어 JBJ, 정세운, MXM, 사무엘 등이 줄줄이 신곡을 발표했고,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인기 연습생으로 꼽혔던 주학년이 포함돼 있는 더 보이즈도 최근에 컴백했다. 올해 데뷔한 레인즈와 프리 데뷔 형식을 취한 형섭X의웅을 비롯해 기존에 데뷔했던 더 이스트 라이트나 엔플라잉에도 ‘프듀 출신’ 멤버들이 한 명씩 추가로 투입돼 활동 중이다. 데뷔를 코앞에 둔 신인 그룹 느와르와 솔로 유선호에게서는 ‘프듀 출신’ 타이틀이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주목받은 멤버들이 대거 포함된 한 아이돌 팀의 홍보 담당자 A씨는 “다른 신인 그룹보다 홍보하기가 편하다는 게 굉장한 장점”이라며 “한 번 노출되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고, 그래서 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프로듀스 101’에 나왔던 연습생들을 데리고 새로운 아이돌 팀 제작에 몰두하는 제작자들이 있는 이유다. 한 기획사 관계자 B씨는 “기본적으로 팬덤이 보장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아예 노출 안 된 연습생들보다는 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애들을 데리고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소위 ‘프듀발’이라는 게 다 떨어졌다는 걸 안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돌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러다가 101명이 다 데뷔하겠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이런 희망적인 가정이 도리어 기획사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C씨는 “보통 신인을 제작할 때는 앨범이 거의 안 팔린다는 전제를 두고 만든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으로 자신감을 얻은 기획사들 중에 앨범 판매량이 당연히 높을 거라고 가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대치가 높으니 제작비도 평균 이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라간 기대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국민 프로듀서’ 출신으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B씨는 “조금만 퀄리티가 떨어져도 팬들이 화를 내고 피드백을 요구하다가 다른 그룹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프로듀스 101’에 워낙 연습생이 많았다 보니 이동이 쉽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멤버들의 사기저하”뿐이다. 이를 우려한 몇몇 회사들 중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 2’ 때 보여줬던 소년 이미지를 최대한 쓴 다음에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플랜을 짜는 곳도 있다. 연습생과 소년이라는 이미지에서 나오는 서툰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약간의 유예 기간을 겨우 만드는 것이다. 멤버들과 회사는 계속 나아갈 곳이 있다는 희망을 얻고, 팬들은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기다릴 수 있다.
‘프로듀스 101’이 일으킨 아이돌 산업의 변화는 올해 다시 ‘프로듀스 48’을 통해 재현될 예정이다. 6월부터 방송될 ‘프로듀스 48’에 연습생을 내보낸 D씨는 이미 걱정 중이다. “지금 준비 중인 걸그룹이 있는데, 이번에 우리 연습생들 중에 최종 합격하는 멤버가 있으면 오랫동안 준비했던 기획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멤버 본인이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서 오면 오히려 팀 활동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인지도만 얻고 다시 원래의 기획사로 돌아왔을 때의 얘기다. “제발 파이널 라운드에서 탈락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프로듀스 101’의 가장 큰 수혜자는 12위”라던 관계자들의 갑갑한 심경을 좀 더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내보내기 싫은데, 안 내보낼 수도 없다.” 마치 “잔인한 경쟁은 싫은데 응원하는 연습생이 잘됐으면 좋겠어서 투표한다”던 팬들의 한탄처럼. 물론 그 덕분에, 올해도 ‘프로듀스 48’의 모든 출연자들이 활동할 수도 있다. D씨는 말한다. “9월쯤 프로그램이 끝나면 3개월 안에 엄청난 숫자의 걸그룹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 미래다.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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