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1은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구르고 부딪히고 일어서며 노래하고 있다.
Mnet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뽑힌 11명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X1의 팬덤명은 ‘원잇(One It)’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강조했던 ‘원픽(One Pick)’이 “It”으로 완성되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이름이며, 비슷한 발음인 “원 잇(Want It)”을 떠올리게도 한다. 팬들이 자신들을 간절히 원하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아이돌 시장의 생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 시즌 2> 이후 만들어진 워너원의 팬덤명 ‘워너블’보다 훨씬 더 직설적이다.
무엇보다 지금 X1의 상황을 생각하면 ‘원잇’은 꼭 필요한 이름이자 존재다. 팬들의 지적으로 제기된 투표 조작 의혹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실로 모양을 굳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투표 조작의 주체는 X1 멤버들이 아니라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 측이다. X1의 팬들 입장에서는 앨범을 한 장이라도 더 구매하고, 더 열심히 투표를 해서 멤버들을 당당한 1위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X1은 데뷔 앨범 초동 음반 판매량이 3일 한터차트 기준 52만 장을 넘어서며 ‘하프 밀리언셀러 신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그룹 중에서 가장 최단기간에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지표는 비난의 화살이 X1을 향하지 않게 하기 위한 팬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다.
X1의 타이틀곡 ‘FLASH’는 요즘 아이돌 음악의 장점들만을 모았다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곡이다. 적재적소에 유닛 퍼포먼스를 끼워 넣을 수 있게 구성된 안무는 X1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또렷이 보여준다. 워너원 때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실물 앨범,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1은 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 A씨는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음악방송이든 예능이든 지상파에서 지금 X1을 부르는 게 다소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제성 면에서 불러야 할 필요를 느끼지만,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난 뒤에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X1이 유명해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로듀스> 시리즈 사상 최장 기간인 5년을 활동해야 하는 X1은 CJ ENM이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해명의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처럼 콘텐츠 노출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그들의 음악이 좋은지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멤버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도 대중은 체감할 수 없다. 6일까지 출연한 MBC 라디오나 KBS WORLD는 해당 방송사에서도 메인 채널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앨범만 많이 팔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팬이나 관계자들도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I.O.I도, 워너원도, 아이즈원도 그랬다. 하지만 X1의 상황은 좀 다르다. Mnet 측의 투표 조작 이슈뿐만 아니라,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와 몇몇 아이돌들이 마약, 도박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K-POP 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X1은 데뷔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X1이 받을 타격이란 그 어떤 보이그룹이 지닌 매력, 경쟁력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원잇’이라는 팬덤명이 보여줄 수 있는 힘과는 별개로, X1이라는 그룹이 5년 후 각자의 길로 흩어지기까지 헤쳐나가야 할 현실은 아직 갑갑하다. 그들이 1위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편히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 어려운 이유다. 분명, X1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도.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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