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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박나래│① 박나래에게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 From IZE






지난 3월 15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는 ‘3명의 얼간이’를 뜻하는 ‘3얼’로 불리는 남성 출연자들을 이끌고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박나래는 긴장해서 말이 없어진 배우 이시언을 독려하거나, 무리하게 진행을 하려고 노력하는 기안84를 저지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후, 박나래의 진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편의 기사에 달렸다. 메인 MC였던 전현무가 능숙한 진행 솜씨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나래가 이날 진행을 맡았던 것은 그동안 사실상 메인MC 역할을 했던 전현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현무가 진행을 하며 농담을 하면 적재적소에 받아치는 것이 박나래의 역할이었다. 메인 MC가 부득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박나래는 그동안 경험이 많지 않았던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MC로서 전현무와 박나래의 능력을 비교하며 누가 더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현무는 박나래처럼 옆에서 함께 흐름을 조정할 사람이 있었던 반면, 박나래는 이전의 역할과 함께 진행까지 해야 한다.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와 한혜진이 빠진데다 남은 출연자들이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나래는 애초에 지상파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메인 MC를 맡을 기회 자체가 적었다. 2006년에 KBS 21기 공채로 데뷔한 이래, 박나래가 13년간 출연한 프로그램의 숫자는 35개가 넘는다. 35개 중에 그가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도 30개 가까이 된다. 하지만 그가 메인 MC로 활약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은 연애나 뷰티 정보 위주의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에 집중 돼 있다. 박나래가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 중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주요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의 작품은 10개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Olive와 On Style에서 진행한 뷰티 프로그램들을 포함해 xtvN, MBC Every1, JTBC4 등 주요 방송사들의 서브 채널들을 더해야 겨우 절반이 넘는다. 박나래가 출연 중인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은 지난 해 시작했다. 당시 박나래는 이미 예능인으로 자리를 굳혔고, 대상 후보감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는 신동엽과 붐이다. 박나래는 이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푸는 사람이면서, 진행자가 아닌 고정 출연자에 가깝다. 단지 역할의 차이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붐의 예처럼, 진행 능력을 인정 받은 메인 MC는 자신의 인기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꾸준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남자 예능인들은 인기를 얻은 뒤 무수한 기회가 주어진다. ‘무한도전’에서 인기를 끈 박명수와 양세형은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DJ가 되기도 했고, 여러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합류했다. 박명수가 그동안 출연한 프로그램의 90% 이상이 ‘무한도전’ 이후에 만들어졌다. 양세형은 ‘무한도전’을 통해 주목받은 뒤 SBS ‘집사부일체’, MBC ‘전지적 참견시점’ 등 지상파의 주말 프라임 시간대 프로그램에 연이어 캐스팅됐다. 반면 박나래는 대상 후보로 거론된 작년에도 이런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에야 MBC ‘구해줘 홈즈’의 진행을 맡게 됐고, 이 프로그램 역시 지상파의 프라임 타임대와는 거리가 있는 일요일 밤 10시 35분에 방영한다. 남성 예능인들에게는 관성적이라고 할 만큼 메인 MC의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 반면 박나래 같은 여성 예능인은 메인 MC로서의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다. 최근 40대, 50대 여성 예능인들이 뒤늦게 방송 기회를 얻으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박미선, 이영자 등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시트콤이 인기를 끌던 1990년대에 이미 한차례 전성기를 누렸다. 반면 1980년대생인 박나래가 활약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이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한 이경규-김구라-유재석-강호동 등으로 대표되는 남성 예능인들이 이른바 ‘라인’이라는 말과 함께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실제로 K-POP 관련 프로그램 진행에 특화된 김신영을 제외하면 장도연, 김현숙, 신봉선 등 박나래를 포함한 1980년대생 여성 예능인들 대부분은 인기 버라이어티 쇼에 고정으로 출연하지 못했다. 메인 MC 자리는 더더욱 적었다. 박나래는 이런 상황을 스스로 뚫고 메인 MC가 됐다. 그것도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맡게 된 일이다. 주변에 자신이 하던 것처럼 진행을 도와줄 예능인도 없다. 박나래는 이제야, 그것도 다른 많은 남자 예능인들에 비해 훨씬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를 받았을 뿐이다. 박나래를 포함해 네 명의 여성 MC가 진행하고 있는 MBC Every1 ‘비디오스타’는 남성 MC 네 명이 나오는 MBC ‘라디오스타’를 흉내 내서 만들어졌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에는 다소 화제성이 부족한 연예인들이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비디오스타’의 성격이나 박나래의 이력은 이른바 ‘1군’에 속하지 못하는 한국 여성 예능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이 모이는 예능 프로그램은 좀처럼 없고, 있다 해도 ‘비디오스타’처럼 남자 예능인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간 뒤에 생긴 프로그램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박나래가 첫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진행하겠다고 나설만 하다. 송은이가 비보TV를 만들었을 때처럼, 박나래는 아예 혼자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국내 방송사가 아닌 넷플릭스와 함께다. 박나래에게는 이제야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한가지 일에 1만 시간 이상을 몰두하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박나래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라는 걱정이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는 양질의 1만 시간이다. 박나래에게 무언가 증명하라고 하기 전에, 그 시간부터 보장해주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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