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자신의 실력과 정상을 향한 욕망을 펼쳐 보인다.
최근 종영한 Mnet ‘퀸덤’에서 (여자)아이들은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발표한 신곡 ‘라이언(LION)’은 일주일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수만 천만 뷰를 기록했다. 최종 경연 무대는 유튜브에서만 무려 815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1, 2위를 차지한 팀보다도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곡을 만든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곡 중에 이 곡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들어요.”
그가 자신 있게 내놓은 곡인 만큼 잘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연이 만든 ‘라이언’은 ‘뻔한 리듬을 망치고 / 사자의 춤을 바치고’라는 예상치 못한 걸그룹 서사의 전개에서부터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에 ‘더 탐을 내지 말어 자릴 지키는 Lion / 때로는 사나워질지 모르니 (중략) 모두 고개를 올려 / 어린 사자의 왕관을 씌우니’로 거침없이 상승하는 고음과 ‘I’m a queen’이라는 선언 후에 들리는 거친 숨소리까지 모든 과정이 맹수가 된 여성의 현재를 설명하는 데에 집중돼 있다. 멜로디, 리듬과 같은 음악적인 요소와 가사와 퍼포먼스로 구현해낸 명쾌한 곡의 서사까지 소연은 완벽한 짜임새로 ‘라이언’을 만들었다.
데뷔와 동시에 타이틀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는 여성 아이돌은 거의 없다. 2018년에 소연이 직접 쓴 ‘라타타(LATATA)’를 가지고 (여자)아이들로 데뷔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없는 쪽에 가까웠다. 프로듀싱 실력이나 작사, 작곡 실력으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남성 아이돌과는 대조적으로, 대중 앞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은 여성 아이돌 사이에서 소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자신의 실력과 정상을 향한 욕망을 펼쳐 보인다. “우리 안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사자가 되는 거지.”라던 그의 말처럼, 소연은 과거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 남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픽 미(PICK ME)’를 출 때조차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던 사람이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는 자신을 아이돌이라며 디스하는 이들 앞에 도리어 ‘픽 미’ 복장으로 나와 거친 랩을 했던 소녀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데뷔 이래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소연은 그 어느 때보다 ‘1등’에 목매지 않는다. ‘퀸덤’ 초반에만 해도 1등을 놓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던 그가, 최종 무대를 앞두고 박수를 치면서 “4등 축하 박수야”라고 보다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을 천재라고 칭찬하는 멤버들에게는 “다섯 멤버가 아니었다면 자신감이 없었을 것 같아. 진짜 고마워.”라며 평소에 쉽게 해본 적 없던 인사를 건넨다. 지금의 소연은 마냥 정상을 향해 달리다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감사해하기도 하고, 등수보다는 눈앞에 놓인 무대 하나하나에 차분하게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사자는 왕이니까, 우리도 왕이라는 거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잃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되, 타고난 사자의 본성은 감춰지지 않고 감출 필요도 없다는 소리다. 전소연이라는 이름이 더 많은 사자들을 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능력을 감춰야 했던 여성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를.
2019.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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