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스카이캐슬’을 본 중학생 A는 말한다. “진짜 신기해요. 제 친구 엄마들 중에 한 명씩은 닮은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직접 학부모, 학생, 교사들에게 물었다. 스카이캐슬의 부모들의 교육법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성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관해.
# 한서진 : 아이는 공부만, 나머지는 엄마가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왔다고 거짓말을 할 정도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자격지심이 강한 한서진의 교육법은 무조건 아이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컨디션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학원 앞에 가서 항상 픽업을 해오는 것은 기본이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해고한 뒤에도 딸이 그를 애타게 찾자 결국에는 다시 찾아가 무릎까지 꿇는다. 학교에서 소위 ‘촌지’를 주고받는 일은 금지돼있지만, 사교육에서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김주영에게 대량의 순금을 선물하기도 한다. 서울 의대에 합격한 이웃의 포트폴리오를 받기 위해 거액을 들여 합격 축하 파티를 열 정도로 돈이든, 자존심이든 아이를 위해 모두 내놓아도 좋다는 것이 그만의 교육 철학. 즉, 공부 외에 모든 일을 아이를 대신해서 하는 부모상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현실에도 한서진과 같은 생각을 지닌 부모들이 있다. 도곡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유명한 학원 강사가 있으면 개강 등록일에 가서 줄을 선다. 아이들은 공부해야 되니까 내가 대신 간다. 가면 엄마들이 쭉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엄마들의 노력이 모두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학원에서 모의고사 1등급 성적표를 제출하라거나, 내신 성적표를 제출하라는 등 여러 가지 서류 요건을 충족시켜야 받아주기 때문. A씨는 “아이가 저번에 전화가 와서는 ‘다른 애들 엄마는 다 줄 서 있다는데 엄마는 어디서 뭐해?’라고 묻더라. 가끔 아이가 먼저 어떤 선생님이 개강한다고 알려주기도 한다.”며 “그래도 아이의 공부 시간이 보장되고, 좋은 선생에게 교육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일단 성적이 높은 아이들과 있기 때문에 면학 분위기 조성에 좋다.”고 말했다.
# 노승혜&차민혁 : 당근과 채찍,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노승혜는 차민혁에게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대부분의 지시 권한을 일임한다.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온 데다, 자신은 아이들에게 눈 오는 날 밖에 나가 함께 즐기자고 할 정도로 내심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차민혁은 노승혜에게 “당신은 항상 늦어서 문제”라며 직접 방음 시설이 갖춰진 어두컴컴한 밀실 안에서 문을 잠근 채로 아이들을 협박해 가며 교육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런 교육 환경은 오히려 지나친 공포로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교육열이 가장 높은 ‘강남 8학군’에서 보건 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전교생 중에서도 유독 양호실을 자주 오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들이 보통 습관적으로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데, 단순한 꾀병이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차민혁의 교육법이 부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히려 아이의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보건 교사 C씨는 “어떻게 보면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 게 낫다.”며 “이 지역에는 아이가 열이 펄펄 끓고 있는데도 데리러 오지 않는 부모가 더 많고, 노승혜 같은 엄마라도 아이를 챙길 수 있으면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차민혁이 아이들의 사정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사 B씨는 “아이와 부모가 같이 있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시간에 밀실 안에 가둬두고 공부만 시키면 기본적인 사회적 소통 방식조차 전달받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체능 쪽으로 일찌감치 시작한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데, 하교한 뒤에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그림만 그린다. 손목이 아프다고 매일 호소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는 뭐라고 말하는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애들은 공부하는데 난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더라.” 이런 면에서 노승혜가 아이들을 데리고 쉴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들을 억압하는 환경이 지속되면 성적 향상은커녕 예기치 못한 신체적 질환, 정신적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 진진희 : 다른 엄마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 진진희는 한서진이 고용한 입시 코디네이터를 물려받기 원하고, 한서진을 비롯한 다른 학부모들이 좋다고 하는 교육법이 있으면 그때그때 방향을 바꾼다. 학부모 D씨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에 거주하는 많은 중학생 학부모들이 따로 모여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D씨는 “강남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있기 때문에 당연히 내 자식도 공부를 하게 된다. 과외나 학원도 잘 갖춰져 있고, 엄마들 모임에서 얻는 정보도 많다.”면서도 “선택하는 게 문제다. 강남권에 있으면 면학 분위기는 보장되지만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학생부 성적이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탈강남’을 해서 그저 그런 학교로 진학해서 1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탈강남’을 해서 무조건 잘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간다. 하지만 거기서 내 애가 1등을 못하면 강남권에 진학했을 때보다 더 큰일이 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씨와 같은 학교 학부모인 E씨는 첫째 자녀를 강남권에서 가장 서울대학교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보냈지만, 애매한 성적이 걱정이 돼서 결국 지방으로 이사를 간 상태다. 다만 D씨는 “효과가 검증되어서 다른 엄마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건 아니다. 모두 다 그러니까 하는 것에 가깝다.”며 자녀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수시 입학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후로 특별활동 내역, 수상 실적 등을 중요하게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스카이캐슬의 입주자들처럼 부모들끼리 모임을 결성하는 경우도 많다. D씨는 “예를 들어 ◯◯고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의 줄임말)’을 잘해준다는 소문이 있으면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유명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F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모임을 결성한 부모들의 모습을 설명한다. “구청에서 봉사활동 팀을 짜는데, 거기 들어갈 때 면접을 본다. 그런데 자기가 아는 애가 오면 붙여주는 경우가 있어서, 서로서로 아는 사이가 되려고 부모님들끼리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일단, 대세를 따라가면 웬만큼은 된다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 이수임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수임은 아이가 원하는 경우에만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내고, 스카이캐슬에 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아들 우주가 최상위권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루 시험으로 결정되는 수능 성적만으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자신이 있는 학생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수시를 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사 G씨는 “학부모들의 말을 듣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학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하는 애가 있으면, 그 애한테 ‘학종’도 몰아주려고 하는 경향이 분명 있다.” 공부를 특출하게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최대한 그 학생을 교내외 경시대회나 미술, 글짓기 대회 등에 내보내서 자기소개서에 쓸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주거나 수상 실적을 올려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G씨는 “엄마들 모임에 들어가는 게 때로는 자식 교육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인정받는 길이 되기도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 모임은 대부분 자식 자랑, 남편 자랑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임의 성질을 떠나서 선생으로서 놀라운 점은 아이들이 부모가 하라는 걸 해낸다는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수임은 가장 좋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교육을 하고 있으면서, 훗날 아이에게서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부모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나중에 왜 안 해줬냐고 나를 원망할까봐”였다. 동시에 그들은 “내가 아이의 인생을 미리 판단해서 선택하는 것이 겁나”기도 하다. 만일 그렇다면, 이수임의 장점은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G씨는 “사실 이수임의 사고방식은 부모들이 지향해야 될 부분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오늘은 뭐 했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것과 ‘몇 점 받았어?’라고 묻는 건 똑같은 관심처럼 보여도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 질문이다.” 다른 교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아이가 잘하고,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이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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