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JYP엔터테인먼트는 Mnet ‘프로듀스 X 101’에 출연 중이던 연습생 윤서빈과 계약을 해지했다. 그가 학교에서 동급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회사의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윤서빈은 자신의 SNS에 “지금껏 있던 회사에도 숨긴 적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게재했고, 이에 대해 JYP엔터테인먼트에 회사도 몰랐던 것이 맞냐고 문의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공식입장 외에는 전달받은 게 없어서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연히, 홍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모를 수도 있는 일이다.
여러 아이돌 그룹 기획사에서 오랫동안 캐스팅 담당자로 일했던 A씨는 “모를 수도 있는 건 맞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기획사에서 캐스팅 업무를 담당하는 B씨도 여기에 동의했다. 다만, 이것은 “처음에 캐스팅을 할 때” 이야기다. A씨는 연습생과 계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A씨와 B씨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캐스팅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까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처음에 캐스팅을 하고 오디션을 치르고 나서 반드시 자신의 회사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연습생 계약을 맺는다. 두 번째 경우는 가능성을 점쳤을 때 불확실한 부분이 보여서 다소 유보를 해두고 싶으면 일정 기간 트레이닝을 시켜본 다음에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에게 과거에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있었는지 묻는 게 쉽지 않다. “대뜸 ‘혹시 과거에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니?’라고 물어보면 캐스팅 담당자와 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 단계에 이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A씨는 계약을 앞두면 아이에게 “혹시 회사에서 알아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물어본다.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회사에서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고, 만약에 회사에서 책임지기 어려운 일인 경우에는 과감하게 포기한다.”라고 말했다. A씨는 담당자 입장에서 아무리 가능성이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계약을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학교폭력위원회에 갔던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피해자 학생들이 직접 고소를 하는 경우가 늘어서 검찰에 불려가는 경우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이런 경우에는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다. 또한 오랜 경력을 지닌 A씨는 “아이의 말만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크로스체크’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축소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어서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다. “선생님들은 피해 학생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이 나중에 전국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막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뉘우치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사들이 연습생들의 ‘인성’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약 5년 전에 캐스팅 업무와 신인개발팀 업무를 동시에 맡았던 C씨는 회사에서 오히려 학교 생활을 착실하게 하고 있는 애들 대신 수업 안 듣고 강남역에서 놀고 있는 애들을 데려오라고 한 적도 있다며 “당시에는 나도 ‘끼가 넘치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착실하게 듣고 있겠냐’는 말에 수긍했다.”라고 털어놨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기획사 관계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C씨는 ‘프로듀스’ 시리즈가 나오고,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던 연습생들에 관한 이야기가 온라인과 SNS 상에서 일파만파 퍼지자 문제점을 인식했다.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할 때 이들이 온라인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퍼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A씨도 처음에 ‘프로듀스 101’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인성을 주의 깊게 봐야할 이유가 커지더라.”라고 말했다.
②에서 계속
2019.05.21 이미지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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