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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아이돌이 여름에 한꺼번에 나온 이유 From IZE



본격적인 초여름으로 접어든 5월 말부터 7월 현재까지 음원을 낸 아이돌은 무려 60팀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아이돌들이 10팀 가까이 1~2주 간격으로 컴백하면서 1위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2018년 여름, 유독 이렇게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 산업 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었다.





# 여름 시즌송이 비어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모든 대중을 아우르는 시즌송의 전설로 남았다면, 비 오는 날에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가 갑자기 순위권으로 치고 올라온다. 여기에 새로운 곡이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2017년에 발표된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다. 걸그룹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빨간 맛’이 히트하면서 따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콘셉트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드시 ‘빨간 맛’과 비슷한 장르여야만 시즌송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마무가 약 한 달 전에 ‘RED MOON’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내놓은 ‘장마’는 비 소식이 뜸한 요즘에도 여전히 실시간 음원차트 20~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5월 28일에 발매된 AOA의 ‘빙글뱅글’은 아직까지도 20위권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외에도 댄스곡인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블랙핑크 ‘Forever Young’, 청하 ‘Love U’, 세븐틴 ‘어쩌나’, 모모랜드 ‘BAAM’, 여자친구 ‘여름여름해’ 등이 20위권 안에 속해 있는 상황. A씨는 “원래 봄과 겨울에는 댄스곡이 잘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특히 겨울은 박효신, 성시경, 박정현같이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는 가수들이 시즌송을 내놓는 시기라 아이돌이 차트에서 인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며 “그나마 봄은 나았었는데, 최근에 볼빨간사춘기, 멜로망스처럼 인디 씬에서 달달한 러브송들이 치고 올라와서 파고들 틈이 없는 편이다. 차트 성적을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갑갑함을 털어놨다. “그나마 여름은 댄스곡을 많이 듣는 시기라 차트 성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내놓기가 좀 낫다”는 것이다.

# 여름에는 콘셉트 잡기가 편하다? “여름이라는 계절에 묻어갈 수 있다.” 한 걸그룹 프로듀서 B씨의 말이다.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노래를 찾는 일은 기획사 스태프들 입장에서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끔 아이디어 고갈됐을 때 여름이라는 특성이 원체 강해서 거기에 기댈 수 있는 콘셉트”가 나오기도 한다. B씨는 “특히 올해처럼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을 제외하면 엄청나게 성공한 팀이 나올 수 없다는 게 확실한 경우에는 뭘 해도 잘 안 된다. 그래서 가장 직접적으로 아이돌들의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여름에 나오면서 고유의 콘셉트가 생기는 아이돌도 있다. 청하의 경우, 데뷔 앨범 타이틀곡 ‘Why Don’t You Know’도 여름에 발매했다. 청하의 소속사인 MNH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꼭 여름 시즌을 겨냥한 건 아니다. 앨범 발매 시기를 따르다 보니 여름에 나오게 된 것”이라면서도 “다만 청하의 목소리가 여름과 잘 어울리고, 이름의 ‘하’도 여름 하(夏)를 쓴다. 그래서 여름 시즌을 놓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청하는 여름의 대표적인 여자 솔로 가수로서 그만의 위치를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 소녀시대와 씨스타의 빈자리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소녀시대와 씨스타의 빈자리는 후배 걸그룹들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프로듀서 B씨는 “여름의 걸그룹이라 했을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씨스타를 떠올렸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딱 비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계절과 관계없이 앨범을 발매했던 트와이스는 ‘Dance The Night Away’로 본격적인 시즌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8월에는 지난해 ‘빨간 맛’으로 인기를 끌었던 레드벨벳이 컴백한다. 작곡가 C씨는 “여자친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원래 여자친구는 여름 자체가 콘셉트인 팀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번에는 아예 ‘여름여름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며 씨스타와 소녀시대 같은 대중적인 걸그룹의 빈자리가 2018년 여름 아이돌 시장의 경쟁 구도를 훨씬 구체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Mnet ‘프로듀스48’이 종영하는 가을에 데뷔할 걸그룹을 피해서 미리 신인급 걸그룹들을 내보내려는 경향도 있다. B씨는 “신인 론칭을 하려고 하는데, 다른 걸그룹은 겁이 안 나도 ‘프로듀스48’ 출신은 겁난다”며 데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름은 행사의 계절 여름에는 야외 행사가 매우 많다. 야외에서 제작되는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각종 특산물이나 해변가 축제에서 아이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D씨는 “여름에는 정말로 행사가 많기 때문에 이때 나오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면서도, “헤드라이너급 아이돌은 보통 한 팀만 부르기 때문에 행사에 겹쳐 출연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음악 방송이거나 기타 행사라면 굉장히 큰 회사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같은 행사에 서는 경우가 드물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올해처럼 많은 아이돌이 여름에 컴백했을 때는 행사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 방탄소년단이 나오기 전을 노려라 2017년은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를 보내며 적지 않은 보이그룹 관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콘셉트 기획을 하고 마케팅을 해야 할지와 관련해 다소 막막한 시기를 보냈고, 올해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까지 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 같은 팀이 컴백하면 모든 이슈와 차트 성적을 가져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다른 기획사에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보이그룹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의 공백기를 미리 생각하고 플랜을 짰던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일단 내부적으로 언제 컴백하는지 다른 팀들과 공유하거나 하면 3주 전후로 컴백 일정을 서로 조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이그룹 관계자는 “6월, 7월에 보이그룹들이 신곡을 많이 내고 있지 않나. 방탄소년단이 컴백하는 8월에 나오는 보이그룹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LOVE YOURSELF 轉 TEAR’로 컴백한 5월 셋째 주에는 밴드 엔플라잉을 제외하고는 단 한 팀의 보이그룹도 컴백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8월에 다시 컴백할 예정이다.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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