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솔로 가수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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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의 키워드
다큐멘터리 ‘키워드 보아’는 그동안 보아가 발표했던 곡들의 가사를 뽑아 그에 맞는 이야기를 보아가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발렌티’ 속 “그대가 바라본 내 모습”이라는 가사는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지닌 여성 솔로 가수 보아의 삶을 집약한 한 줄이다. 샤이니 키와 음식점 이야기를 하면서 “방 없는 데서 별로 안 먹어봤다. 불편하다, 뭔가.”라고 말하거나, “모두가 완벽하니까 내가 실수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고 일본 활동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그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보아는 좋아하는 골프에 대해 “‘실수 줄이기 게임’이다. 정신적인 부분이나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성숙해야 잘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슈퍼스타로서의 삶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나 ‘키워드 보아’는 대중 앞에서는 가수이자 30대 여성으로서의 보아를 모두 보여준다. 어린 나이부터 활동을 해서 돈을 벌었던 그는 “남자들이 싫어할 것 같아.”나 “남자들도 제일 예쁜 여자가 처음 본 여자라며”라고 자신의 상황을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본 키는 ‘Kiss My Lips’로 활동하던 때 “되게 대중들한테 여성스러운 면을 보여주려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나 (생각했다)”며 은연중에 느끼는 강박이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보아만큼 많은 것을 이룬 여성도 무의식적으로 남성들의 시선을 생각한다. 그 사실이 보아를 포함해, 수많은 남성 연대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30대 직업 여성들의 현실을 비춘다.
그리고 신곡 ‘내가 돌아’가 나왔다. 그는 이 노래 속 남성에게 신경질적으로 ‘아이씨’라고 중얼대더니 카메라 앞에서 인상을 쓴다. 마치 내가 하는 이야기에 토 달지 말라는 듯. 그는 스타로서 타인의 시선을 걱정하는 듯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과감히 행동으로 옮겼다. 이제 30대가 된 스타가 여성으로서, 뮤지션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시작했다. 지나온 시절에 해온 것만큼이나 앞으로도 할 것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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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춤추는 고래의 등장
청하는 I.O.I의 ‘드림걸스’ 뮤직비디오에서 발목과 손목을 감싸고 있던 붕대를 내던지고 춤을 췄다. 이것은 청하가 Mnet ‘프로듀스 101’ 첫 시즌에서 쌓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춤을 잘 추는 것으로 주목받았고, 아이돌인 동시에 댄서로서 주목받았다. I.O.I 활동이 끝난 뒤 솔로로서의 그의 모습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신곡 ‘롤러코스터’에서 그는 I.O.I 때와 달리 과감한 형광 색상의 매니큐어와 스타일링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내면서, 춤에 특화된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껏 보여준다. ‘Why Don't You Know’에서 팔다리를 쓰고 바닥을 활용해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요즘 데뷔하는 아이돌들이 보여주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적인 음악 프로그램 무대뿐만 아니라 안무 영상과 세로 댄스 영상 등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춤을 강조하고, 카메라도 움직임을 다 쫓아가지 못할 만큼 디테일하고 빠른 동작들을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면 카메라 역시 클로즈업보다는 그의 몸 전체와 동선을 쫓곤 한다.
청하가 구축한 캐릭터는 그래서 남다르다.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춤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그 특징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했다. 자신이 잘하는 한 영역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근 보기 드물게 신인 솔로 가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가 ‘롤러코스터’에서 가벼운 제스추어를 취하며 ‘LOOK’이라고 말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20대 여성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춤 하나면 충분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신인 솔로가 나왔다.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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