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아이돌이자 자신을 프로듀싱하는 보아가 도와준다는 것은 다른 트레이너가 같은 말을 할 때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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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춤추는 사람이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시즌 2’) 레벨 평가 장면에서 보아가 남긴 한마디다. ‘프로듀스 101’ 시즌 1(이하 ‘시즌 1’) 장근석에 이어 ‘시즌 2’ 국민 프로듀서 대표를 맡은 보아는 2000년에 ‘신동’ 소리를 들으며 가요계에 데뷔했고, 18년 동안 자신의 영역을 지켜왔다. 그 시간동안 보아는 2017년 4월 현재 정규 앨범 여덟 장을 비롯해 싱글, OST, 각종 프로젝트성 작업까지 그는 550여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보아가 보여주는 일면일 뿐, 전부는 아니다.
‘시즌 1’ 레벨 평가 당시 안무가 배윤정은 자신이 과거에 가르쳤던 MBK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다니의 무대를 보고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 때 장근석은 “(끼를) 타고 태어난 줄 알았다. 춤추는 거 보고”라고 반응한다. 배우인 그는 ‘끼’를 찾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가 춤이나 노래 실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반면에 보아는 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걸쳐 뛰어난 이력을 갖춘 선생님이다. 더불어 풍부한 실무 지식을 갖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댄스 트레이너 권재승, 가희와 함께 연습생들의 춤에 대해 평가하고, 보컬 트레이너 이석훈, 신유미와 함께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시즌 2’ 주제곡 ‘나야 나’를 듣고 난 뒤에는 “당장 데뷔해도 될 만큼 좋은 노래”라며 가수 입장에서 곡의 매력을 짚어주고, 전체적인 퍼포먼스 난이도를 체크한 뒤 동작을 가볍게 시연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연습생들의 외모와 관련된 장기적인 고려도 포함된다. 보아가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이우진에게 던진 “키가 몇이에요?”라는 질문이 단적인 예다. 이 질문은 어린 연습생들이 훗날 겪게 될 신체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것 또한 아이돌 프로듀싱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점을 알려준다. 보아의 이런 모습은 ‘시즌 2’가 연습생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많은 연습생들이 아직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이다. 보아가 몇몇 연습생들을 향해 “도와줄게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 연습생은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장 성공한 아이돌이자 자신을 프로듀싱하는 보아가 도와준다는 것은 다른 트레이너가 같은 말을 할 때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Mnet 측이 제시한 것처럼 ‘국민 프로듀서’는 원하는 연습생을 선택해 팀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국민 프로듀서 대표’는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기 나름대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모두가 동의할만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보아는 자신이 익힌 것들을 바탕으로 형체 없는 ‘국민 프로듀서’가 가져야할 기준을 제시한다. 연습생의 마음을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히 알려주며 그들의 미래까지 제시할 수 있는 것. 정상에 오른 아이돌이자 스스로를 프로듀싱하는 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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