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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번 더 스테이지’, 방탄소년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콘텐츠 제작과 이를 유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특수성을 일관되게 구현한다.





방탄소년단의 ‘WINGS’ 투어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는 멤버들이 각자의 호텔 방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의 행동이 빠르게 교차되는 연출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노래를 쭉 흥얼거리는 뷔, 믹스테잎을 만들다가 갑자기 마이크가 고장 났는데도 밝은 톤을 유지하는 제이홉, 예민함이 가득한 얼굴로 “열작업”하는 슈가와 작업 도중에 뜬금없이 개인 헬스 트레이닝을 받는 정국. 그리고 이 모든 과정 동안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콘센트와 씨름하고 있는 RM(랩 몬스터)의 모습이 교차된다. 이 장면은 비행기 안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허술한 성격의 RM과, 그를 둘러싼 멤버들의 각자 다른 반응과 겹쳐진다. 그래서 정국이 자신에 대해 “형들의 성격이 다 담겨 있는 인격체”라고 말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에서 포지션을 결정하고 설명하는 방식과 달리, 그들은 서로의 관계를 통해 무대까지 이어지는 자신들의 역할을 보여준다.

‘번 더 스테이지’가 회마다 공통점이 있는 음악을 묶어 배치하는 것은 이런 기획의 연장처럼 보인다. 정국이 “형들이 하나하나 채워져서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하는 동안 전국 각지에서 모인 멤버들끼리 자신의 출신을 살려 가사를 쓴 ‘어디에서 왔는지’가 깔린다. 공연 중 퍼포먼스에 대한 견해로 갈등이 있던 진과 뷔의 문제가 마무리되려는 순간에 깔리는 음악은 ‘Whalien 52’다. ‘외딴 섬 같은 나도 빛날 수 있을까’라며 긴가민가하던 연습생들이 ‘끝없는 무전 하나 언젠가 닿을 거야’라는 간절한 희망으로 합쳐져 정점에 오른 순간에도 서로 다른 주파수 때문에 고생을 한다. ‘번 더 스테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히트곡들에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방탄소년단이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에서 전달한 멤버 간의 스토리를 현실에까지 확장한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해외 팬덤을 구축한 이들의 다큐멘터리가 유튜브 레드를 통해 유통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콘텐츠 제작과 이를 유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특수성을 일관되게 구현한다.

방탄소년단이 투어 도중 무대를 대하는 자세는 이런 방탄소년단이 가진 특성의 핵심이다. 지민은 “요즘에는 솔직히 스스로 노력하고 무대에서 더 나은 모습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옛날에 비해서 엄청 많진 않다고 생각한다.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죄책감을 고백한다. 진과 뷔가 울면서 싸우는 모습을 본 정국은 자신의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며 “그 형들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이지 않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라고 말한다. 그들은 최고의 위치에 오른 현재도 호텔 방 안에 짐을 풀고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싸워서라도 무대 위의 완성도를 얻으며,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간의 유대를 확인한다. 이것은 그들이 ‘하루의 절반을 작업에 쩌 쩔어’ 간다던 노래 ‘쩔어’와 그들의 세계관이 담긴 ‘화양연화’에 나타난 멤버들 간의 관계가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덕책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메시지일지언정 그것이 팀의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고,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진다는 판타지이자 현실. 이것은 다루는 대상의 좋은 모습만을 드러내는 일반적인 아이돌의 리얼리티 쇼,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 무대 아래의 개인적인 생활과 고뇌를 다루곤 하는 뮤지션 다큐멘터리와도 다른 접근법이다. ‘번 더 스테이지’는 아이돌 그룹이 팬들에게 준 판타지가 현실에서 오히려 더 강력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약속처럼 보인다. 진과 뷔가 싸운 뒤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서 슈가가 던진 한마디는 이 팀의 핵심을 단번에 전달한다. “얼마나 좋아. 무대 때문에 싸운 거니.”

넷플릭스 무비 ‘저스틴 팀버레이크+테네시 키즈’는 2년간 이어진 슈퍼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투어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돌 스타였던 그는 어느새 중후한 남성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지만, 퍼포먼스를 함께 꾸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다음 주에도 함께할 거지?” 방탄소년단의 미래가 꼭 그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번 더 스테이지’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팀원들에게 그랬듯이 서로에게 똑같이 묻고 있다. 내일도, 다음 주에도, 내년에도 음악을 만들면서 함께할 거냐고. 슈가는 “10년, 20년 뒤에 이걸 보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고 했지만, 그때까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이 유지될지는 모른다. 다만 이제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들의 현재를, 그리고 그들의 현재가 무엇으로부터 왔는지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아마도 한국 대중음악 산업 역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을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그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팀의 현재와 기원을 밝힌다. 다시 말하면,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노래 중 한 곡의 제목에 대한 대답을 드디어 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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