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해 ‘주라주라’를 외치는 김신영의 핵심은 적나라한 가사다. 작사가로서의 김신영의 작법을 분석했다.
셀럽파이브 (셀럽이 되고 싶어) – 셀럽파이브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어 셀럽은 뉴욕에서 스테낄 썬다구요
직설적인 화법은 김신영이 늘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의 연장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셀럽파이브가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누리고 싶은 부와 자유를 상징한다는 점을 금세 짐작이 가능한데, 어떤 작사가도 택하지 않을 것 같은 애매한 라임 그 자체를 셀럽파이브의 정체성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 리듬과 기가 막히게 어울리지만 라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셀럽이”와 “스테낄”이 노래를 부를 때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줄 누가 알았을까.
셔터 (Shutter) (Feat. 이덕화) – 셀럽파이브
뻥이야!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 나 좀 찍어줘 셔터 셔터 셔터 눌러
“반가워 우리는 셀럽 숨만 쉬어도 기사 / 언제나 실검은 1위 쏘쏘리 포털 사이트 / 출근길 우리 사진은 찍혔다 하면 완판 / 공항에 가면은 마비 쏘쏘리 에어포트 / 헐리웃 스타 못지않는 파파라치 / 우리집 앞 살다시피 하는 대중매체.” 앞줄은 자신들의 자랑으로 가득 채운 듯하지만, 이 모든 게 “뻥이야!”라고 고백하는 구절에서 한숨이 나온다. 아직도 ‘셀럽이 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김신영이 작사한 곡들에서 ‘셀럽’이라는 단어는 해학과 자조라는, 여느 나라에서나 통할 고전의 정서를 담고 있어 수능국어에서 나올 법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Q. 다음중 화자가 실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에 가까운가? ① 서글픔 ② 즐거움 답은 ①번이다.
안 본 눈 삽니다 (Narr. 설현) – 셀럽파이브
드디어 열린 너의 미지의 세계로 말이야 사진첩 속 치아를 보이며 웃는 그녀와 너
건강하고 명랑한 애니메이션 속 소녀들의 이미지를 실재화한 걸그룹의 가사에서 유독 많이 쓰이는 단어가 있다. “열린”, “미지의 세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김신영은 ‘안 본 눈 삽니다’에서 이 공식을 완전히 깨부수고 ‘연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본다’는 행위를 “드디어 열린 너의 미지의 세계”로 표현했다. ‘셀럽이 되고 싶어’에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웃음을 주고, ‘셔터’에서는 해학의 정서를 그려냈으며, ‘안 본 눈 삽니다’에서는 사회의 편견을 깨는 표현으로 박수와 감탄을 자아내는 능력을 보여준 김신영의 센스에 도저히 웃거나 울지 않고 배길 수 없다. 김신영은 같은 곡을 듣고서 명랑한 웃음과 슬픔의 눈물이라는 양극단의 감정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끌어낼 줄 아는 굉장한 재능을 지닌 작사가다.
주라주라 – 둘째이모 김다비
아 머리 좋아 대표 아니더냐 주라주라 카드 주라 오늘은 오늘은 소고기로 요미요미요미요미
경험에서 기반한 탁월한 묘사다. 이 구절은 상사를 앞에 두고 보여줘야 하는 올바른 처세와 장난꾸러기인 척 하는 후배의 진담 90, 농담 10의 날 선 공격을 모두 담고 있다. 대표에게 “머리 좋아 대표 아니더냐”라며 띄워주는 듯 하다가, “카드 주라”에서 “요미요미요미요미”로 넘어가는 깐족임은 웬만한 상사라면 뜨끔할 만큼 상당한 공격력을 지닌다. 만약에 대표 입장에서 이 부분을 듣고 놀리는 건지 농담하는 건지 진짜 소고기가 먹고 싶다는 건지 헷갈린다면, 자신이 사원이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된다. 김신영의 둘째 이모인 김다비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김신영의 가사를 신나게 부르는 이유는, 자기자신도 야근이 괴로웠던 조무래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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