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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표 매진을 이끄는 전미도의 진짜 힘 From GQ


전미도가 출연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표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다. 전미도의 티켓 파워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래 보기드문 조촐한 서사의 로맨스 작품이다. 특출하게 메시지가 눈에 띄는 것도, 화려한 연출도 없는, 미래세계에서 주인에게 버려진 헬퍼봇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랑에 빠지는 사랑 이야기. 그러나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몇 번의 공연을 거치고 2020년에 이르러 확실히 방향성을 틀었다. “그거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미도 나온다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히트를 치면서 앞서 <어쩌면 해피엔딩>에 참여했던 전미도, 정문성, 문태유 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사단의 공식인 원톱 여성 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전미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그가 이 작품이 끝난 뒤에 바로 다른 TV나 영화 등의 매체 작품이 아닌 소극장 뮤지컬 무대로 향한다는 사실도 덩달아 화제가 되었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전미도가 출연하는 모든 회차에 금세 매진을 띄웠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라온 YES24 스테이지 앞에는 소위 ‘플미(프리미엄)’을 주고 티켓을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뮤지컬 팬들이 늘어났다. 공연장 측은 공정한 티켓팅 과정을 통해 티켓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전미도는 늘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색깔로 일을 하는 배우였다. 지금 일어난 변화가 전미도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지만, 늘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 속 헬퍼봇 클레어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베르테르>나 <닥터 지바고>처럼 대형 작품들을 비롯해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소극장 작품에서도 늘 똑 부러지는 발음과 창법으로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지금의 혼잡한 극장 상황이 초래됐고 암시장 티켓이 난무하며 기존 전미도의 팬들까지 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런 변화의 양상 속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오로지 하나다. 왜 그동안 전미도와 같은 훌륭한 대학로의 여성 배우들이 TV와 영화 산업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을까? 물론 배우들 스스로가 뮤지컬과 연극 산업에만 집중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미도가 더 큰 인기와 인지도를 얻게 된 이 순간, 조승우와 조정석, 김무열과 같은 남성 배우들의 존재 뒤에 가려진 여성 배우들의 현재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된다. “한동안 2030 여성 배우들이 없다고 탓하면서 계속 더 어린 여성 배우들을 발굴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있었다.”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한 캐스팅 디렉터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혜안이 빛을 발한 것일 수도, 전미도를 추천했다는 조정석과 유연석의 센스가 탁월했던 것일 수도 있다. 역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뮤지컬 관계자 B 씨는 “팬덤이 많은 남성 배우들 중심으로 캐스팅 판이 짜여있다 보니 여성 배우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여성 배우들은 남성 배우들의 조력자 역할로 그려졌던 수많은 대본과 연출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전미도의 해피엔딩은 전미도 한 사람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청사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오히려 <어쩌면 해피엔딩>이 거둔 수확이 여성 배우들의 입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어쩌면, 전미도의 해피엔딩이 전미도 한 사람의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TV, 영화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산업에서도 젠더 프리, 젠더 크로스와 같은 개념이 떠오르며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여성 배우들의 입지를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은 역시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를 걸게 만든다. 전미도가 연기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로봇 클레어의 의미심장한 엔딩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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