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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인 보이그룹이 청량 이미지를 버린 이유 From GQ


신인 보이그룹 TOO도 크래비티도 모두 청량함을 접었다.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 같은 데뷔곡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일에 데뷔한 보이그룹 TOO의 타이틀곡 제목은 ‘매그놀리아(Magnolia)’다. 매그놀리아란 목련을 뜻하는 말이지만 정작 음악을 들어보면 1999년에 만들어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동명의 영화 <매그놀리아>에 담겨있던 삶에 관한 복잡하고 음울한 상처들을 얘기하고자 하는 쪽에 가깝다. “온 세상이 어지러워 오묘한 이 기시감 / 의문들에 갇힌 채 난 뒤흔들려 (중략) 조각나버린 이상향 퇴색해버린 이 세상.” [REASON FOR BEING: 仁]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와 [WINGS], [PERSONA] 등의 인문학적 접근을 하면서 벌려놓은 철학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금세 연상시킨다. 방탄소년단이 그러했듯, TOO 또한 어두운 세계 안에서 자신들의 방향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TOO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신인그룹 UNVS의 ‘Timeless’ 뮤직비디오는 관 위에 국화꽃을 올려놓으며 무언가의 죽음을 애도하되, 마이크 앞에 서서 토해내듯 노래를 부르며 그 대상이 반드시 연인은 아님을 암시한다. MCND는 과격한 이미지를 내세운 ‘TOP GANG’과 ‘ICE AGE’로 데뷔했고, 밝은 이미지를 표방하며 최근에 발표한 ‘떠’에서도 곡의 분위기와는 달리 자신들이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았다. 오히려 밝은 느낌으로 컴백한 강다니엘이 의외일 정도로, 워너원의 멤버였던 배진영이 합류한 CIX부터 첫 솔로 앨범 [GRAVITY]를 낸 옹성우, X1과 <프로듀스 101> 시즌 4에 출연한 연습생들이 대거 합류한 신인그룹 크래비티의 신곡 또한 유약한 마음과 싸우는 나 자신, 기존의 룰이나 강박을 깨부수겠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


한동안 세븐틴, 아스트로, 빅톤 등 여러 그룹이 청량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들의 인기는 후배 그룹들의 콘셉트에도 영향을 미쳤고, 골든차일드, 베리베리 등이 청량한 이미지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븐틴을 비롯한 선배 그룹들은 청량함으로 승부를 걸지 않는다. 세븐틴은 ‘독 : Fear’과 같은 자아에 대한 고뇌가 담긴 강렬한 퍼포먼스로 팀의 색채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스트로는 ‘Blue Flame’으로 과거의 명랑함을 벗었고, 빅톤은 ‘Howling’으로 데뷔 시절의 사랑스러운 남고생의 이미지를 떨쳐냈다. 이들보다 늦게 청량한 콘셉트로 데뷔한 골든차일드와 베리베리,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밝기만 했던 소년들이 이별의 감정이나 상실감을 안고 연인이나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얘기한다. 뮤직비디오의 색감이 아무리 밝고 청량할지언정, 그들의 음악은 시원하고 맑은 소년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남성 아이돌들의 변화가 여성 아이돌들의 콘셉트 변화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이가 있다면 남성 아이돌들이 섹슈얼하거나 자아에 대한 성찰을 강조하며 복잡한 세계관을 설명하는 동안 여성 아이돌들은 보다 직관적으로 걸그룹에게 씌워져 있던 틀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자)아이들의 ‘LION’이 히트하고 이제 그들은 ‘Oh my god’이라며 결국 내가 믿는 신은 내 안에 있음을 말한다. 귀엽고 청순한 콘셉트를 견지하던 오마이걸이 ‘게릴라’를 외치기도 하고, 신인 걸그룹 써드아이는 ‘QUEEN’의 뮤직비디오에서 조폭이 된 여성들을 연기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명 아이돌 그룹 프로듀서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 아이돌들의 세계관은 어려운 쪽으로 가는데, 여자 아이돌들은 일단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팬들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한 기획사의 A&R을 담당하고 있는 B씨는 “연차가 있는 남자 아이돌들은 섹시한 느낌으로 가고, 신인들은 아직 소년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서 자아에 대한 얘기로 푸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 이후로 남자 아이돌들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진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A&R C씨는 “걸그룹은 성별 반전, 남성에 애교 부리는 콘셉트를 벗는 것만으로도 변화로 받아들여졌다”며 “하지만 보이그룹들은 그동안 청량함이 오히려 성별 반전의 요소였기 때문에 다시 거칠고 무거운 ‘남성성’을 살리기 위해 자아나 스웨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K팝 씬 안에서 청량한 이미지를 벗은 남자 아이돌들은 그저 멋지고, 터프해진 남성들의 모습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들의 변화 안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인기 그룹의 그림자와 걸그룹들의 변화를 함께 읽어낼 수 있다. 4월과 5월 내내 컴백을 앞둔 수많은 보이그룹들이 있다. 그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 K팝 산업에 생각할 거리를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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