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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MNEK “음악 산업에서 기득권인 백인 남성만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From IZE



영국인 프로듀서 겸 송라이터 겸 가수 MNEK, 본명은 UZOECHI OSISIOMA EMENIKE. 그가 올해 발매한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Language’에는 두 가지 이름의 정체성이 모두 들어가 있다. 2018년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첫 한국 프로모션에 나선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들고, 세상에 그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그와.




한국에 처음 온 걸로 알고 있다. MNEK: 이렇게 본격적으로 프로모션을 하는 것은 처음인데, 다른 K-POP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도 할 겸 왔다. 3일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하고 가게 됐다. 올해 첫 정규 앨범 ‘Language’가 나왔다. 앨범 인트로에서 MNEK이라는 이름을 무척 강조하며 시작한다. MNEK: MNEK라고 하는 건 내 성을 약자로 써서 만든 예명이고, 어릴 적부터 계속 써왔던 이름이다. 인트로에서는 사람들 중에 내 이름을 보기는 봤는데 어떻게 발음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그 부분을 알려주려고 강조했다.(웃음) 트위터에서도 “M, N, E, K(엠엔이케이)로 발음하는 거였구나!”라는 반응을 많이 봐서 재밌었다. 동시에 이 앨범이 시작점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나 자신이자 음악가로서의 정체성, 세상의 편견 아래서 오해받고 살아왔던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게다가 인트로 바로 뒤에 나오는 곡이 ‘Correct’인데, “내가 틀렸으면 지적해봐”라는 톤으로 흘러간다. 내가 항상 기가 센 사람은 아니지만, 이 앨범을 통해서만큼은 강한 애티튜드를 보여주려고 했다. 앨범에 어떤 키워드들을 담고 싶었나. MNEK: 사랑, 시련, 성정체성, 나아가서 나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일, 나의 성공을 받아들이기. 전체적으로 나의 삶에서 겪었던 일들을 녹여내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나에게 큰 의미가 없는 음악은 담지 않았다.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조차 감흥이 없을 만한 곡들은 부르고 싶지 않았으니까. 사실 앨범 제목 같은 경우에는 6년 전에 정한 거다. ‘language’, 즉 언어라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매개체이지 않나. 세상과 소통하고 싶고, 세상에 이해를 받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담았다. 활동을 한 건 2012년부터지만,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발표했던 싱글을 모으고, 새로운 곡도 있다. 작업기간이 어느 정도였나. MNEK: 4~5년 전에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뒀는데 그게 ‘small talk’라는 EP로 나왔다. 그때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에야 ‘language’ 작업에 들어갔다. 원래부터 앨범을 만들려고 여러 번 시도는 했지만, 중간에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멈췄고, 지난 2년 동안에 곡이 쌓이면서 ‘아, 이 정도면 앨범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식으로 기획에 돌입했다. 모든 곡은 내가 직접 쓰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편집하고, 어떤 곡을 수록할지도 내가 정했다. 스스로가 나 자신에게 비평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는 친구인 Ryan이 총괄 프로듀서가 되어 전체적인 그림을 함께 정하면서 작업이 더 재미있어졌다.

  1. 음반사가 개입해서 작업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있었겠다. MNEK: 음반사가 개입해서 작업하다 보면 규모가 더 커질 거고, 비싼 뮤직비디오도 찍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전체적인 앨범을 시작부터 모두 그릴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았다. 그렇게 해서 완성했다는 게 무척 만족스럽다. 내 인생의 여러 챕터 중에 한 챕터를 끝낸 기분이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것 같다. 어릴 때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자랐나. MNEK: 어머니가 휘트니 휴스턴을, 아버지가 밥 말리를 좋아하셔서 음악을 많이 들었다. 집에도(집에 있으면 텔레비전에서도) 항상 MTV나 The Box 같은 음악 채널이 나오고 있어서 성장기의 내게는 팝 뮤직을 자연스럽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점차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지?’라는 호기심을 가지면서 지금처럼 곡을 만들고 쓰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음악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Girlfriend’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 매력이 느껴진다. ‘Phone’에는 사운드 소스들의 활용에 집중해서 만들어낸 재기발랄함이 있고, ‘Body’의 복잡한 화성과 멜로디가 지닌 우아함은 당신의 음악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MNEK: 개인적으로 1990년대 R&B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앨범 자체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에 내가 즐겨듣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있다 보니 그 부분들이 반영돼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앨범이 나온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의 느낌이 나는 것은, 내가 그 당시 팝을 들었을 때 느낀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음악의 특징적인 부분들이 반영돼 있다. 그때는 음악에 레이어가 무척 많았고, 나는 그걸 하나씩 분리하고, 분해하면서 들었다. 예를 들자면 어떤 하모니를 사용했고, 드럼 비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음악을 분석하며 들었던 과거의 모습이 지금 내가 만드는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당연히 음악 한 곡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좀 더 특별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MNEK: 딱 집어 말하기는 너무 어렵다. 다만 프로덕션이 보컬보다 더 뛰어나면 그건 좀 문제라고 보는 입장인데, 그런 면에서는 보컬이 굉장히 중요한 건 맞다. 솔직히 프로덕션이 별로인데 보컬이 굉장히 뛰어나서 그 단점을 가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한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기보다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하나하나가 퍼즐의 조각 같이 맞춰져서 음악 한 곡이 탄생한다. 고전적인 R&B의 공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리듬의 변주와 다양한 애드리브가 인상적이었다. 음악의 진행을 계산해서 만드는 건가, 아니면 본능에 의존해서 곡을 만드는 편인가. MNEK: 둘 다. 감각에 의존해서 본능적으로 만든 트랙도 있지만, 음악을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라고 보면 좀 더 분석적으로 군데군데 더 디테일을 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하면 정교하게 깎아서 표현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창작 작업을 할 때 나는 모든 걸 빨아들일 수 있는 ‘creative sponge(모든 것을 흡수하는 창의적인 사람)’다. 다른 아티스트에게 곡을 줄 때도 있는데, 그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하나. MNEK: 그들의 감정을 많이 고려한다. 내 곡을 쓸 때는 나의 이야기에 담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건이지만,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프로듀싱을 하거나 곡을 줄 때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자기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수 있을지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니까.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 앨범 수록곡인 ‘낙원’을 작곡하기도 했다. MNEK: 동료인 타일러 애코드(Tyler Acord)가 ‘Phone’이라는 곡의 프로듀싱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날 딱 두 곡을 만들었다. 그 중 한 곡이 ‘낙원’이 됐다. 원제는 ‘Mouth’였는데, 방탄소년단 측에서 이 곡을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낙원’의 메시지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너는 너 자신이다, 그러니 너를 지켜나가라’는 내용인데, 가이드 버전에 담긴 메시지는 뭐였나. MNEK: ‘Phone’과 비슷하게 나의 예전 연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지어 슬픈 것도 아니고, 좀 당차고 강한 애티튜드가 담긴 노래였다.(웃음) 거기에 그들이 한국어 가사를 붙여서 발표하게 됐고, 원래 우리가 썼던 내용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과 기운을 주는 곡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고, 그 덕분에 나도 많은 팬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된 게 곡에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2. 전 연인에 대한 이야기였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웃음) 그렇다면 곡 중에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염두에 둔 곡은 어떤 게 있을까. MNEK: ‘Girlfriend’, ‘Touch By You’ 같은 곡들이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Language’라는 앨범 안에 2년 정도 굉장히 강렬한 온도로 사귀었던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아서 쓴 곡이 많다. 전체적으로 내가 게이 남성으로서 애정 관계에서 배운 것들, 헤어지고 나서 배운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퀴어들의 목소리를 담는 ‘GAY TIMES’와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MNEK: 세상 사람들이 유색 피부를 가진 성소수자인 사람에 대해 ‘아, 너희들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라는 시각으로 봐주길 바랐다. 나와 같은 정체성을 지닌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들에게 “당신들도 음악 산업의 일부야”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물론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일이지만, 성정체성과 관련된 활동들까지 나의 커리어에 있어서 하나의 목적이 된다는 걸 느낀다. 성정체성을 드러내면서부터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졌겠다. MNEK: 음악 작업이라는 게 단순히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느낀 점들에 관해 메시지를 보낸다. 앨범을 내고 뮤지션으로서 활동하는 게 인기를 얻고 쿨 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기보다,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단, ‘롤모델’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저 사람처럼 되어야지’라면서 바라봐주는 건 좋지만, ‘롤모델’이라고 하면 왠지 완벽하고 착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으니까.(웃음) 앞으로 나 말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옷이나 메이크업도 중요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MNEK: 원래 옷 소재에 관심이 많아서, 작년에는 반짝거리는 PVC 소재의 옷과 가죽 소재의 옷을 많이 골랐다. 스타일리스트와 정식으로 함께 일하게 된 뒤로는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돼서 여러 가지를 시험적으로 입어보고 있다. 요즘은 메이크업을 배우고 있다. 다양한 색깔과 스타일을 배우면서 시도해보는 단계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흑인 성소수자 아티스트로서 나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정치적으로 나의 소신을 밝힌다는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음악에 담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나. MNEK: 나의 존재, 즉 흑인 성소수자 아티스트라는 자체가 정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만의 소신을 밝히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일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이러고 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나는 누구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상황을 통해 배워가는 연장선에서 나오는 게 음악이고 앨범이 된다. 다음 앨범은 또 다른 당신의 성장 기록이 될 것 같은데. MNEK: ‘Language’ 이후로 내가 배우게 된 것들, 깨달은 것들이 반영되어서 나오게 될 것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나의 스타일링은 그 순간에 내가 정신적으로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드러내는 도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 몇 년 뒤에는 더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리라고 본다. 그래서 내 대답은 TBC다. To be confirmed(‘미정’이라는 뜻). “Hi, I'm MNEK, 23 year old singer / songwriter / producer / remixer / dreamer.” 당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자기소개를 봤다. 몇 년 전에 써둔 내용인데, 지금 들으니 어떤가. 여전히 ‘dreamer’인가. MNEK: 세상에, 너무 부끄럽다. (웃음) 몇 주 전에 퀸시 존스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화면에 붙은 것처럼 몰입해서 봤다. 흑인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음악 산업 자체를 바꾼 사람이지 않나. 또 TV, 잡지, 아티스트 개발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에 큰 영향을 끼쳤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는 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장기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MNEK: 단순히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뒤에 따라올 수많은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열심히 해서 다음 세대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바람이다. 음악 산업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백인 남성만 영향력이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리끼리 연대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나와 같은 다양한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평준화된 모델로 만들고 싶다. 어제는 무슨 꿈을 꿨나.(웃음) MNEK: 진짜 꿈? 아주 악몽이었다! 말할 수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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