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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우효 “과거의 기억을 실제보다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싫다.” From IZE



신스팝 뮤지션 우효는 데뷔 앨범 커버로 어릴 때 사진을 썼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소녀감성’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대표하던 얼굴은, 이제 자신이 도시에서 느끼는 환멸에 관해 털어놓으며 조금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린 시절의 로맨스부터 사회에 냉소를 띠게 된 현재를 아우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우효가 또래 K팝 아티스트들까지 그의 팬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예기치 못하게 많은 주목을 받았기에, 더 오래 걸렸다.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공연을 하고, 인터뷰를 하게 되기까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효: 얼굴이 동그랗게 생겨서 사진이 잘 나오기가 힘들다. 포토그래퍼 분이 더 불편해하시니까 항상 죄송하다. 사실 인터뷰 때도 옆에 아무도 없는 게 편하다. 일할 때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을 텐데, 불편할 수도 있겠다. 우효: 작업실도 내 방에 만들어뒀다. 아예 스튜디오용 마이크를 집에 가져다 놔서 내 음악은 홈레코딩이 대부분이다. 좀 더 질이 좋아야 하는 경우에만 스튜디오로 간다. 그런데 이렇게 사니까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데뷔 앨범 ‘소녀감성’ 때만 해도 밝은 면이 강했다. 콘서트 제목도 ‘스키캠프’였는데. 우효: 정작 내가 스키캠프에 가본 적은 없다. 천진난만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예매하기 전에 공연도 어떤 성격일지 예상을 하고 와야 재미있지 않나. 처음 하는 공연이라 경험도 부족하니까 엄청난 걸 기대하시기보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제목을 정했다.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너무 비장한 면만 기대하고 찾아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할 때 더 편하다. 내가 기대하는 것도 없고, 남들도 경험해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놓이더라. 반대로 최근작인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는 여태껏 발표한 작품들 중 가장 냉소적이다. 우효: 내가 실제로 냉소적으로 변했으니까. 사회를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점점 더 냉소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뉴스에서나 내 주변에서나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되면서 싸늘하다는 기분을 받았고, 그 사이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냉소를 택한 게 아닐까 싶다. 음악은 계속 만들어도, 산업적인 부분에서는 점점 멀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그런 시각이 담긴 곡으로 ‘어 굿 데이(A Good Day)’가 있다. 우효: ‘Looking like a ghost waiting for a small retreat’라는 구절이 있다.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인데, 얼굴을 귀신처럼 하고 있는 상태로 맨날 노래만 만들 거냐고 묻고 싶었다. 사회가 부추기는 성공의 이미지를 안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공장처럼 음악을 만들어 낸다. 그 시스템 안에서 칭찬받는 걸 즐기게 되고.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정말 그걸 네가 원하니?’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너무 그 일에만 목매듯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더라.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는 과거의 일기장을 펴보는 것 같던 예전 앨범들과 달리, 스스로의 현재를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효: 전에는 과거에 애착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디서 읽었는데, 한 가지에 집중을 잘하는 사람들이 기억력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새로운 정보를 많이 받아들일수록 뇌의 저장 공간이 사라지니까 과거 기억이 빨리 없어진다고 했다. 요즘의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과거의 기억이 거의 없다. 앞으로 할 것들에 대한 기대가 없을수록 과거에 집착했던 것 같다. 지금은 좀 더 자라서 그런지 앞으로 무엇이 생길지 기대하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체념을 하거나. 냉소주의자 같이 말한다. 우효: 전처럼 과거의 기억을 실제보다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싫다. 부질없더라. (웃음) 원래는 인간으로서나 음악에서나 이상주의자에 가까웠다. 로맨틱한 상상을 많이 했고,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낭만적으로 보는 편이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앨범에 자연스레 드러난 것 같다. 그래도 이 앨범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어려움을 직면해서 뚫고 나가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효의 현재에 가까운 앨범이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부끄러운 나 자신이나 안 좋은 환경과 맞닥뜨리더라도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거기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앨범이다. 비관적이지만 희망이 있다. 우효: ‘브레이브(Brave)’ 같은 곡은 희망가 그 자체다. 내가 원하는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 도시와는 많이 다른 날 것의 느낌 같은 걸 주제로 삼았다. 트랙 배치를 보면 처음 절반까지는 로맨틱했던 옛날의 우효에 가깝고, 뒤의 절반은 체념에서 나온 에너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우효에 가까울 것이다. 후자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에너지를 끌어내야 하는 거라 쉽지 않았다. 아주 힘든 상황이 쌓이고 쌓이면 눈물 한 방울이 나오고, 여섯 방울 정도로 후반부의 여섯 개의 트랙이 만들어진 거다.





데뷔 앨범은 어릴 때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이유가 뭐였나. 우효: 처음에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너무 안 예쁘게 나왔다. 어차피 ‘소녀감성’이니까 어릴 때 사진으로 커버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여러 장의 사진을 놓고 그중에 골랐다. 개인적으로는 앨범 아트워크에도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다. 솔직히 노래에 자신이 없을수록 이미지를 더 신경 쓰게 된다. 최근 앨범은 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만든 거다. 내 사진을 넣지 않을 생각으로 ‘어드벤처’ 때 찍은 사진을 재활용했다. 남은 사진 중에 골라서 넣은 거고, 그림은 짧은 시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간단하고 확실하게,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선택한 거다.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를 쓰는 트랙을 분리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우효: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들어있는 음악들이 한국어가 잘 어울린다. 반대로 단조로운 스타일의 음악에서는 영어를 쓴다. 곡마다 리듬감이 다르다 보니까 한국어로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한국어가 어색하거나 들어갈 공간이 없을 때도 있고. 그럴 때 영어로 가사를 쓰는데, 사실 멜로디가 단순할수록 한국어로 가사를 쓰기가 좋다. ‘어드벤처’ 앨범에 실려 있던 ‘스쿨버스’와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에 실린 ‘어 굿 데이’는 한국어 트랙과 영어 트랙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우효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곡이다. 우효: 맞다. 실제로 ‘스쿨버스’는 한국 가요 느낌을 내려고 한 곡이다. 반대로 ‘어 굿 데이’는 한국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는 개인적으로 상반된 나의 성격과 정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나를 온전히 다 보여주는 게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것 중에 20% 정도만 말한다. 80%는 나중에 노래 만들 때 쓴다. 앨범 한 장에서 다양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이유도 그런 성격 덕분이 아닐까. 우효: 하나에 꽂히면 금방 질리는 타입이다. 스스로도 얼마 안 가 질릴 걸 아니까 애초에 한 가지 색깔로 정의되는 앨범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살면서 안 질린 게 딱 두 개 있는데, 두부와 우유다. 그래서 아직까지 두부와 우유로는 노래를 안 썼다. 너무나 내 삶의 일부라 아껴뒀다. 나는 스트레스 해소를 우유로 한다. “인생무상이군.” 그러면서 우유를 들이킨다. 진짜로. (웃음) 현실에 대해 꾸밈없이 툭툭 내뱉는 가사들처럼 포크 음악이 떠오르는 지점도 많다. 가사에 많은 이야기를 담는 편이더라. 우효: 내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보다 다른 인물 안에 나 자신을 숨겨 놓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소녀감성 100%’에서 사용했던 ‘훈남’이라는 단어는 고등학생이 일상적으로 쓸 만한 단어를 고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그 단어를 쓰는 건 아니었다. 내 나름대로 노래를 통해 연기를 하고 있다. 어쨌든 가사에서는 돌려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앨범에서는 사운드 자체가 전보다 우울한 느낌을 표현하고, 보컬도 겉으로 두드러지기보다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려는 경향이 보였다. 우효: 평소에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울적한 느낌의 일렉트로닉 음악들을 많이 듣는다.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목소리가 전보다 기어들어가지 않나. 안으로 숨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부분에서는 내 목소리에만 집중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질리기도 했고, 스스로 에너지 소모도 커서 변화를 꾀한 거다. 게다가 빠르게 음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는 보컬이 리드하는 것보다 반주가 계속 돌고 도는 형태의 음악이 제일 쉽게 만들어진다. 물론 이것 또한 나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편이다. 포크처럼 부르는 사람의 열정이 드러나고, 숨결까지 느껴지는 음악은 마치 손으로 만든 가죽 신발처럼 느껴진다. 내가 신스팝을 하고 있는데도,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섬세하게 드러나는,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음악들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신스팝도 작은 소리들이 모여서 큰 트랙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상당히 섬세한 장르 아닌가. 우효: 야광토끼처럼 훌륭하게 해내는 뮤지션들도 있는데, 나는 아직까지 사운드 디자인 경험이 많지가 않다. 사운드 조합을 잘 하려면 재료들을 잘 파악해야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많은 재료들을 사용해보지 못했다. 오히려 어떤 멜로디 라인으로 꿰어 맞출지에 집중하고, 사운드 디자인을 할 때는 내가 원하는 느낌을 많이 찾아 놓은 뒤에 프로듀서들에게 의지하는 편이라 아직 능숙하지가 않은 게 많다. 발표한 곡들 중에 자신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 곡은 뭔가. 우효: ‘꿀차’가 다른 곡에 비해서 성숙한 느낌이 있다. 인간미도 충분히 느껴지는 곡이다. 사실 사운드가 인공적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사람의 기분을 끌고 갈 수 있는 곡이면 좋은데, 내 음악에서는 목소리가 그 자연스러움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쿠스틱한 느낌의 음악에서 나의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음악에 도전하려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과 다른 방식을 또다시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겠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는 언제쯤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나. 우효: 40대, 50대쯤 되면 집중할 만한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인공적인 음악을 만드는 데에 최적화된 정신력과 체력이다. 과거에 클래식 음악을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효: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엄마가 포기하셨다. 그런데 클래식은 이미 존재하는 음악을 소화해야 하는 거고,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어릴 때야 성격이 고분고분하고 수용을 잘 하는 아이였지만 그 길을 갔으면 콩쿨 무대에서 느껴지는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지금 내가 하는 음악만큼 개성이 중시되는 음악도 아니라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대중음악을 하게 된 게 더 잘 된 일 같다. 이렇게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우효: 오빠 덕분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항상 우러러보는 우상 같은 존재였다. 오빠가 좋아했던 음악은 나도 좋아하다보니 지금처럼 흘러왔다. 요즘은 오빠가 마케팅 아이디어를 많이 준다. ‘피자’ 앨범 커버도 오빠의 디자인이었다. 참고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냥 회사원이다. 인터뷰를 할 때 자기 이야기를 하면 무척 좋아한다. (웃음) 사람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데, 아직도 어디까지 자신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되지는 않나. 우효: 그동안은 고민을 할 여지가 없었다. 음악 산업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한 거라서. 솔직히 공연을 할 때도 나를 드러내는 게 불편했다. 나에게 항상 장애물처럼 느껴지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자신감이 없는 것과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안. 자신감 문제는 콘서트 표가 빨리 매진되거나, 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해소가 된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는 여전히 스트레스를 준다. 언제나 원하는 대로 모든 게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우효: 내가 그린 그림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더라. 아예 기대 없이 살면 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을 텐데, 나는 항상 기대하는 게 너무 많다.(웃음)



글 | 박희아

사진 |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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