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비정기적으로 소개하는 인터뷰 코너 ‘스포트라이트’의 첫 주자인 주연은 보이그룹 더보이즈(THE BOYZ)의 소속이다. 지난 2017년 12월에 데뷔한 후, 2018년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 12인조 그룹에서, 주연은 가장 차분하고 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던 도중, 주연은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저도 놀라고 있어요. 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다니……. 새로운 경험이에요.”
코너의 문을 열게 됐어요. 자기소개와 더불어 자기자랑을 마음껏 해주세요.
주연: 안녕하세요, 더보이즈 주연입니다. 더보이즈에서 춤과 진지함을 맡고 있고, 가장 큰 손을 갖고 있습니다. 진짜 커요.
‘No Air’ 활동을 끝내고 바로 팬콘서트 ‘The Castle’을 열었더라고요.
주연: 그래서 요새는 비교적 여유로워요. 콘서트가 끝난 다음에 휴가를 다녀왔더니 정신도, 몸도 아주 건강한 상태가 됐어요.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어디 다녀왔는지 들으면 놀라실 수도 있어요.(웃음)
어디를 다녀왔기에 듣고 놀랄 정도인가요.
주연: 휴가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쉴 때가 지금밖에 없으니까 제대로 놀아야겠다’ 싶은 거예요. 2주 동안 중국 갔다가, 그다음에 부산 갔다가 LA, 라스베이거스, 하와이까지 다녀왔어요. 쉬는 날에 제 몸을 더 혹사시킨 것 같긴 한데, 지금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비행기만 3일을 탔거든요. 그런데 살짝 후회되는 부분도 생기더라고요. 좀 쉴 걸.(웃음) 한 군데에 진득하게 일주일 정도 있다가 한국에 와서 쉬었어도 좋았을 것 같더라고요.
원래 쉴 때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러 다니는 성격인가 봐요. 운동신경도 좋다고 들었는데.
주연: 맞아요. 쉴 때도 가만히 있지를 않아요. 심심하거든요. 운동은 잘 하는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배운 게 많았어요. 농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못하는 건 탁구, 축구예요. 학교 다닐 때 보면 축구파, 농구파 이렇게 친구들끼리 나누잖아요. 저는 농구파였어요. 어제도 미세먼지 들이키면서 한강에 나가서 혼자 농구하고 왔어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그동안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정말 많이 찍었잖아요. 아마 비슷한 연차의 아이돌 그룹 중에 가장 많을 거예요. 그중에서 어떤 걸 촬영할 때 가장 재미있었나요.
주연: 요즘 찍고 있는 ‘보이는 스쿨’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저를 비롯해서 멤버들도 자기 자신을 잘 내려놓지 못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팬 분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더 좋아하시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처음에 ‘꽃미남 분식집’ 할 때는 다들 잘 보이려고 굉장히 애를 쓰다, 이제는 저희끼리 배 아플 정도로 웃으면서 촬영하게 됐죠.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요즘 촬영하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여전히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웃음)
주연: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건 아닌데, 아직은 부끄러워요. 사람들 앞에 저를 다 보여주는 게.
거기서는 요리도 잘 하는 것 같았거든요. 요리를 좋아하나요?
주연: 요리하는 건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좀 민망해요. 잘 안 해서요. 시간이 없어서 요리를 해보지를 못했어요. 된장찌개는 제가 몇 번 해본 음식인데 막상 해놔도 멤버들이 잘 안 먹어서요. 그걸 먹으려면 밥을 하고, 반찬을 꺼내고, 본인이 먹은 건 또 본인이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게 더보이즈의 룰이거든요. 그런데 회사가면 그냥 시켜주시니까…….(웃음) 솔직히 숙소에서는 설거지 하는 걸 다들 귀찮아해서 거의 물 밖에 안 먹어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돼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어요. 어떨 때 가장 ‘아, 내가 아이돌 하기를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연: 너무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정말로요, 무대에 서는 기쁨이 가장 커요.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을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가 저를 무대로 불러주고, 찾아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제가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게 기쁘죠.
멤버들과도 사이가 무척 가까워졌겠어요.
주연: 멤버들이 캐나다, LA, 부산, 광주, 제주도 이런 식으로 출신들이 되게 다양해요. 그래서 어딜 가도 머물 곳이 있더라고요. 이번에 LA 갔을 때는 에릭 집에 있었어요. 부모님께서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사실 쉬는 날에도 멤버들끼리 거의 같이 있지만, 자주 보는데 하나도 안 지겨워요. 저희끼리 대화도 진짜 많이 하고요.
처음에 멤버들을 봤을 때와 지금 멤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달라졌을 것 같아요.
주연: 제가 들어올 때에 영훈이 형이 같이 들어왔고요. 큐, 현재형, 상연이형, 학년이가 먼저 들어와 있었어요. 제일 오래 본 멤버들인 거죠. 그래도 12명이 다 처음에 만났을 때와 지금 느낌이 달라요.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에릭이었어요. ‘와, 이게 LA에서 갓 온 사람인가?’ 그랬죠. 제스처가 주변에서 못 보던 건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 다 됐죠. 아, 영훈이 형도 항상 웃고 다니는 사람의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어른스러운 느낌이 생겼어요. 멤버들 다 조금씩 그때와 달라졌네요.
그럼 반대로 아이돌이 되어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주연: 없어요.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웃음) 한 가지를 굳이 고르자면, 활동할 때 잠을 좀 못 자는 거요.
얘기하면서도 느껴지는데,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아요. 활동할 때도 이런 성격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주연: 얼마 전에는 멤버들에게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라고 말했어요. 휴가 때 쉬면서도 다짐했는데, 조급하게 생각할수록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겠더라고요. 천천히, 조금씩 더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면 분명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총 네 장의 미니 앨범을 내고 활동했어요. 데모 곡을 들었을 때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던 타이틀곡은 뭐였어요?
주연: ‘No Air'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 타이틀곡 중에서 가장 감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곡이라 좋았어요. ‘소년’이나 ‘Giddy Up’, ‘Right Here’ 같은 곡은 에너제틱한 저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곡이었다면 ’No Air‘는 어떤 대상에게 간절함을 표현한다는 서정적인 느낌이 좋았어요.
항상 소위 ‘킬링파트’라고 하는 부분을 불러요. ‘No Air’에서도 일명 ‘눈숨맘(‘내 눈이 숨이 마음이 너를 원해’라는 가사를 줄인 말)’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주연: 처음에는 곡의 분위기가 감성적이라서 표정 연출에 신경 쓸 부분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어요. 거기서 어떻게 해야 제 마음이 더 간절하게 보일지 모니터를 열심히 했어요. 평상시에 연습을 할 때도 여러 가지 느낌을 많이 내보려고 하거든요. 이런 부분은 활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물론 직접 물어본 건 아닌데, 활의 액션이나 표정을 보면서 많이 따라하고 그랬어요.
그러면 활이 팀 내에서 주연의 롤 모델인 건가요.
주연: 아뇨? 아니고요. 그냥 배울 점이 있는 멤버입니다.(웃음) 롤 모델은 제이콥 형이에요. 한결같고, 늘 열심히 해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배려심이 깊고,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화를 잘 안 내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요. 아, 그런데 활이 좀 신경 쓰여서 정정해야 될 것 같아요. 활도 롤 모델이에요. 활이랑은 쉴 때도 지금 활동 중인 다른 그룹들 보면서 연구를 같이 하고 있어요.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너는 이렇게 해보면 어때?”, “이거 좋다. 너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들을 같이 하는 멤버죠.
자신의 퍼포먼스에서 가장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어디예요?
주연: 원래는 춤을 출 때 그루비한 느낌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느낌이 들어간 춤을 좋아해요. 그래서 다른 타이틀곡들 보다 ‘No Air’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앞에 했던 곡들에 맞춰서 춤추는 게 훨씬 어려웠어요. 오직 몸으로만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No Air’는 눈빛, 손짓 같은 걸 다 같이 퍼포먼스 안에서 표현해야 하는 거라 좋았죠.
짜인 틀 안에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가 봐요. 주연: 즉흥적으로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연습생 때, 그날 연습 끝나고 바로 부산에 갔다 온 적이 있어요. 끝날 때쯤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야, 우리 부산 가자.” 하고 가서 거의 무박 2일로 다녀왔어요. 제가 살면서 한 선택 중에 가장 즉흥적인 일이었어요.
2019.03.13 photo by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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