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에 새 앨범 ‘Some Definition of Love’를 발매한 썸데프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만들고 DJ 활동을 병행하는 등 자신의 활동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온 음악가다. 그는 최근 문을 연 신생 레이블 WNA RECORDS 소속이다. 그리고 WNA RECORDS는 CF, 패션 필름,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비롯해 태민, 방탄소년단, 혁오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널리 알려진 GDW의 김성욱 감독이 만든 회사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을 뭍으로 올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듣게 만들고 싶다는 신생 레이블 대표를 함께 인터뷰했다. 시작까지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지만, 막상 앨범을 발매하고 난 후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
첫 번째 싱글 ‘원 플러스 원’의 반응이 좋았다. 뮤직비디오 뷰 수가 100만을 넘었다.
썸데프: 계속 혼자서 일을 하다가 여러 전문가들과 같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감사했다.
김성욱: 축하의 의미에서 100만이 되면 ‘건강박수 100번 치기’를 했다.(웃음)
앨범 제목이 ‘Some Definition of Love’다. 썸데프(SOMDEF)라는 이름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썸데프: 내 이름이 ‘SOME DEFINITION(어떠한, 몇몇 정의)’의 줄임말이다.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랑에 관해서도 가벼운 정의 같은 느낌으로 출발했다. ‘너는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기분이랄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겪는 건데, ‘사랑=하트’처럼 특정 이미지만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출발해서 그 이후에 굉장히 여러 가지 감정들이 파생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초로 삼아 생기는 기쁨, 슬픔 등의 감정들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그걸 시간대로 형상화했다.
많은 피처링진과 작업을 했는데, 그들의 나이대와 인지도가 각자 다양하다.
썸데프: 신구의 조화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색이 있고, 비트를 만들면서 여기에 어떤 목소리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즐겨 듣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 사람이랑 저 사람이랑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 싶으면 일단은 신구의 조화를 먼저 고려하려고 하는 것 같다. 작년에 냈던 싱글 ‘링링링’도 그랬다. 버벌진트 형은 힙합계의 1세대 MC고, 팔로알토 형은 1.5세대에서 2세대 정도고, DPR Live의 완전 새로운 세대 아닌가.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나 콘셉트를 잡는 데에 굉장히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사랑의 감정을 구체적인 시간에 비유한 게 재미있었다.
썸데프: 청자 입장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 거라고 본다. 내가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아, 이건 아침 분위기다’라고 느꼈다고 해도, 정작 듣는 대중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예 우리가 아침 시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거라면서 ‘AM 8:00’ 이렇게 못 박으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 이건 그런 느낌이 드네?’라고 먼저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사고를 바꿔서 들어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콘셉트가 굉장히 구체적이다. 혹시 GDW의 노하우가 들어간 부분인가.
김성욱: 영상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왔던 부분이라 당연한 결과였다고 본다. 다만 콘셉트를 잡을 때도 당연히 음악이 좋아야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나에게 썸데프의 음악이 좋았던 거다.
브랜드 음악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주제다 보니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감정의 고저가 다 보인다.
썸데프: 오히려 주연으로 참여하느냐 조연으로 참여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브랜드 음악을 할 때는 브랜드가 주연이고 나는 그걸 서포트하는 조연의 역할이다. 반대로 내가 할 때는 음악이 더 주연이고. 그래서 더 주연의 역할로 접근한다. 지금은 영상이나 스타일링 모두 조연의 역할인 거다.
그 조연의 역할을 GDW가 하고 있는 건데, GDW에서는 어떻게 WNA RECORDS라는 레이블을 시작하게 됐나.
김성욱: 어쨌든 우리가 하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였고,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라 시작했다. 하고 싶은 콘텐츠, 마음에 맞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오로지 우리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프로젝트다. 물론 GDW에서 하고 있는 작업들 중에도 그런 게 있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모든 과정을 우리 안에서 할 수 있게 된 시기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자”, “대박을 치자” 이래서 시작한 건 절대 아니고, 그냥 해야 될 거 같아서, 이제 우리끼리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진 거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이 관계를 크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인터뷰도 망설였다.
왜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나.
김성욱: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기보다, 지금 타이밍에는 나도 영상 작업을 계속 하고 싶고, 할 거니까. 개인적으로 썸데프, 킹맥처럼 워낙 친했던 아티스트들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라서 시작한 것뿐이다. 그리고 레이블을 만들게 된 이유 자체도 영상 감독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GDW를 하면서도 마케팅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유연하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영상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장점이 크다.
김성욱: 중요한 접합점이기는 하다. 현시대에는 음악에도 비주얼적인 부분, 즉 영상이 빠질 수 없는 게 됐다. 대중이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콘텐츠에 익숙하다 보니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반대로 아무리 영상이 좋아도 둘이 붙은 것만큼 시너지가 안 나는 게 사실이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굉장히 장점이다. 회사가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줄었다.
썸데프: 음악을 만들어서 이게 어떤 것 같은지 물었을 때 부정적인 반응부터 오는 경우가 없다. 역으로 나도 뮤직비디오 콘셉트나 다른 비주얼적인 아이디어에 관한 내용을 먼저 회사에서 보여줬을 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김성욱: 그래서 작업에 드는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보다는 크루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가벼운 접근인가.
김성욱: 아니다. 그런 의도에 더 충실하다고 봐도 된다. 맨 처음에 제작에 뛰어든다고 얘기했을 때도, 회사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부분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미 썸데프의 음악을 평소에 많이 들었던 상황이라 진행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웠다.
공연을 클럽에서 하는 것도 가볍고 편안한 접근의 일환인 것 같은데.
썸데프: 디제잉과 랩 퍼포먼스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식이다. 큰 카테고리로 보면 파티의 성향이 강하다.
김성욱: 클럽은 썸데프와 다른 출연진들이 항상 활동하는 장소이기도 했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공연의 방식이기도 하다. 공연장으로 보면 협소하지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관객분들은 그냥 클럽 입장하듯이 팔찌 차고 들어오시는 거였고, 1층에서는 MD 진열을 해놓고 그 자리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드문 사례다.
썸데프: 영상 프로덕션 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생각하기 전에 어릴 때 모습이 떠올랐다. “너 음악 좋아해? 나는 영상 좋아해.” 하면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이지 않나. 그러다 보면 “내가 영상 만드는데 네가 음악 만들어줄래?” 이렇게 된다. 회사도 이런 느낌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식의 감성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회사가 레이블을 한다고 하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J 크루인 360 Sounds 출신이라는 점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요소였을 것 같다.
김성욱: 내가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 타면서 알게 된 형들이 360 크루에 많았다. 썸데프도 그 멤버 중 한 명이라 자연스럽게 알게 돼서 일을 몇 번 함께 하다 보니 지금처럼 됐다. DJ 씬은 완전 메인스트림과 다른 씬이지 않나. 그러나 문화가 처음 발생되는 씬이기도 하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도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GDW와 WNA RECORDS의 경계가 갈리는 부분이다.
김성욱: 영상 쪽으로는 아이돌 작업도 재미있게 하고 있지만, 레이블은 아이돌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경계가 딱 나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씬을 가르는 문화적인 경계선이 점차 없어지고 있으니 더욱 자연스레 이것저것 해볼 수 있겠다 싶었고.
썸데프가 WNA RECORDS로 들어와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뭔가.
썸데프: 이전에 내가 했던 음악들보다 대중친화적인 쪽이라서 스스로 조율하는 과정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화가 정말 중요했다. 가사나 사운드적인 부분 어느 쪽에 치우치기보다 한 곡으로 만들어졌을 때 “조화롭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했다. 원래는 사운드에 집착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다. 첫 EP도 굉장히 매니악했다. 처음 들어보는 느낌의 소리들을 표현하는 데에 꽂혀 있었다. 당연히 지금 음악에도 이런 특징은 녹아들어가 있을 거다.
레이블 대표 입장에서 썸데프의 음악을 듣고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김성욱: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금세 이미지가 떠올라야 한다는, 그런 기준점이 있다. 어떤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있다. 썸데프의 음악은 들으면서 대부분 이러이러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그림이 그려졌다.
썸데프: 예전부터 영상, 패션 쪽에서 내 음악에 대해 “이거 영상 음악으로, 패션쇼 음악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패션쇼 음악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튠즈에서 팟캐스트도 했다.
썸데프: DJ 팀원이었던 SOMEONE이라는 친구와 ‘Som Serious’라는 팟캐스트를 했다. 사람들이 찾아서 듣지 않는 이상 잘 모를 수 있는 좋은 음악들을 셀렉해서 믹스했다. 한 달에 세 편을 릴리즈했는데, 두 번째에는 게스트가 있었다.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고, 예를 들어 빈지노가 게스트면 그때 그가 앨범을 냈을 때 자신의 앨범 만드는 데 영감을 줬던 음악을 알려줬다. 그 리스트를 받아서 우리가 믹스를 하는 거다.
김성욱: 썸데프의 장점이 이거였다. 디제잉을 하다 보니 패션쇼 음악 같은 것도 활동 영역 중에 하나가 되는 거고. 다른 활동 영역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GDW는 세련된 이미지 위주의 뮤직비디오가 강점이어서 썸데프와 잘 맞을 것 같지만, 도리어 이번 앨범은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강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김성욱: ‘원 플러스 원’은 가사에 또렷하게 담긴 이야기가 있어서 시각화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크러쉬와 함께한 ‘미끌미끌’은 스토리텔링보다는 조금 더 이미지적인 측면이 있다. 이전에 해왔던 작품의 연장선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퍼포먼스 위주의 뮤직비디오를 찍더라도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적인 면이 녹아들어 있기는 하다. 방탄소년단의 ‘쩔어’ 같은 경우에도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있었고, 각자의 아이템에 대한 스토리들도 다 있었다. 사람마다 스토리를 녹여내는 방식에 대한 차이가 있으니까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레이블 때문에 GDW Woogie 감독의 뮤직비디오를 좋아했던 팬들은 작품 수가 줄어들까 봐 걱정할 수도 있겠다. (웃음)
김성욱: 아이돌 뮤직비디오 작업도 계속 할 거다. (웃음) 다만 이전보다 가지치기를 해서 좀 더 집중도 높게 끌어가는 게 좋다.
두 사람 모두 새로 출발하는 거라 설레겠다. 김성욱: 모든 일을 부드럽게 맞춰가면서 한 결과물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게, 마치 오감 이상의 스펙트럼을 지닌 결혼과 닮았다. 단, 레이블의 이름보다는 아티스트의 이름이 먼저 나왔으면 한다. 나는 수면 아래서 단단하게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썸데프: 성향 자체가 부족함을 계속 느끼는 사람이라 그런지, 항상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놔두는 것보다는 도전하는 쪽을 택하는 거다.
2018.10.04 photo by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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