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에 데뷔한 온앤오프(ONF)는 짧은 시간 동안 특이한 이력을 만든 팀이다. 멤버 전원이 jtbc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참가해 합격했고, 두 명이나 데뷔 팀에 들었지만 데뷔가 무산됐다. “온앤오프로 빨리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어요.” 최종 2위로 ‘믹스나인’에서 데뷔를 준비하던 효진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새,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부끄럽다며 따라붙은 웃음소리가 스튜디오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자랑이 가득한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효진: 안녕하세요. 저는 온앤오프의 감성 리더 효진입니다. 메인 보컬과 ON 팀의 리더를 맡고 있고요, 발라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얼굴이 작고요, 노루를 닮았습니다. 토끼, 다람쥐 닮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소심한 면도 있고,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지면 저의 진심을 다 드러내는 활발하고 재미있는 친구입니다.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잘 담겨서 밝은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효진: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웃음이 많은데, 사실 ‘웃어야겠다. 웃어야한다’ 생각하다 보면 잘 안 나오더라고요. 혼자서 촬영할 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멤버들과 같이 있으면 덜 하거든요.
효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섣불리 성별을 짐작할 수가 없더라고요.
효진: 새벽 효(曉)에 보배 진(珍)을 써요. 새벽의 보배가 되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건데요. 어릴 때는 여자 이름처럼 느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요즘은 남자 이름, 여자 이름 이런 경계가 없어졌잖아요. 그런데 옛날에는 이름만 들었을 때 여자인 줄 알았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당연히 제 이름을 좋아합니다.
jtbc ‘믹스나인’에서 최종 2위를 했잖아요. 순위가 올라갈수록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요.
효진: 솔직히 아주 큰 부담을 갖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더 높은 순위를 받겠다고 애를 쓰지도 않았고요. 그냥 연습생 때 하던 대로 꾸준히 했거든요. 아무래도 연습생 기간이 길어서 잘 적응할 만한 내공이 쌓여있었던 것 같아요.
정식 활동을 하지 않게 된 게 아쉬울 수 있었겠네요.
효진: 사실 멤버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저와 라운이가 최종 톱9에 들었는데, 둘이 가버리면 팀은 어떡하나 싶었던 거죠. 무산이 되고 나서 아쉽기도 했지만, 온앤오프로 빨리 돌아올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팀에게는 좋은 자산이 되지 않았을까요.
효진: 다들 고생을 많이 했죠. MK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나가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안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저는 처음이라 경험이 되겠다 싶기도 했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다 같이 힘든 경험을 하고 나니까 전보다 사이가 돈독해졌어요. 컴백 준비를 하면서도 훨씬 즐겁게 할 수 있더라고요.
‘믹스나인’에서도 드러났지만, 춤, 노래, 무대에서의 연기력 등 굉장히 다방면에서 밸런스가 좋은 아이돌 멤버예요.
효진: 제가 춤을 정말 못 췄어요. 연습생 오디션을 볼 때도 아예 못 췄죠. 회사에 들어와서 난생 처음 댄스 레슨이라는 걸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정말 이 길이 맞는 걸까?’ 계속 고민했을 정도예요. 선생님도 저한테 관심을 전혀 주지 않으셔서 너무 속상했고요. 이름조차도 안 불러주셨어요.
많이 속상했겠어요.
효진: 차별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게 자극이 되더라고요. 아마 선생님도 그래서 더 안 보고 있는 척 하셨던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이걸 해내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2014년쯤이었나, 2년 만에 칭찬을 받았을 때 정말 기쁘더라고요. 드디어 이름도 불러주셔서 2년 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갔죠.
그렇게 열심히 해 와서 그런지, 온앤오프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모범생처럼 똑부러지게 춤을 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요.
효진: 배우면 배운 대로 춰요. 그게 단점이죠. 저만의 스타일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다른 멤버들은 안무를 배우면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꿔서 추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디서 프리스타일 댄스를 시키면 잘 못해요. 배운 것밖에 못하니까요.
심리적으로 아직까지 불안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효진: 맞아요. 춤에 대해 어릴 때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 춤을 추려고 하면 민망하고 ‘나는 춤을 못 춘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항상 자신이 없어요.
무대에서 센터에 설 때도 많잖아요.
효진: ‘내가 여기서 잘못하면 안 된다.’ 그 생각으로 악착같이 하는 거죠. 예전에는 안무를 정말 못 외웠는데, 요즘에는 계속 하다 보니까 한 번만 배워도 습득은 빨리빨리 해요. 처음에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는 다들 잘하는데 저만 못하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춤에 흥미를 못 느껴서 의욕도 없을 때였죠. 평가 볼 때 혼자 서 있었던 적도 있어요. 다 틀리고……. 6개월 정도는 그랬던 것 같아요. 평가 볼 때 다 같이 추다가 틀려서 혼자 서 있었어요.
굉장한 성장을 해낸 거네요.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인 것 같은데요.
효진: 원래는 제가 멋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노래 부를 때 조금은 ‘어, 멋있네?’ 하는 것 같아요. (웃음)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아요. 나이를 먹어도 계속하고 있을 거예요
박효신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효진: 제가 가수의 꿈을 꾸게 만들어주신 분이거든요. ‘눈의 꽃’, ‘야생화’ 같은 곡은 목 풀기로 불러요. 잘 부른다는 게 아니고, 그 음역대로 목을 풀면 노래를 할 때 좀 편하거든요. 평소에 발라드를 되게 좋아하는데, 커버해서 올린 곡 중에 이미 유명한 곡들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다 제가 들어보고 좋아해서 부른 곡들이기도 해요. 사실 MBC ‘복면가왕’이 나오기 전에는 옛날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가수 분들을 많이 보지 못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나중에 내가 이걸 무기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성 보컬리스트들 노래도 종종 부르더라고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효진: 알리 선배님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거기에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남자 발라드 가수의 곡보다 여자 발라드 가수 분들의 가사가 더 와 닿아요. 가사는 작사가가 쓰는 거지만, 그걸 표현하는 건 가수잖아요. 그때 여성 가수 분들이 표현하시는 가사의 느낌이 감정적으로 잘 와 닿더라고요.
앞으로 불러보고 싶은 곡이 많겠어요. 효진: 요즘에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발라드를 많이 불렀으니까 좀 다른 느낌의 곡을 불러보고 싶더라고요. 팝송을 커버한 적도 별로 없고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곡도 불러봤는데, 노래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나중에 실력이 늘면 다시 불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산들 선배님이 뮤지컬 하시는 모습을 보고 멋있어서 나중에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작사, 작곡을 하면서 음악이라는 것 자체에 더 집중해보고 싶어졌어요.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고 해야 하나. 일단은 여기에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9.05.30 사진 Film: 전유림, Digital: 김도훈(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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