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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원 ② “음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원펀치 시절의 앳된 소년을, 다른 누군가는 Mnet ‘쇼미더머니’ 시절의 잘생긴 래퍼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은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솔로로 데뷔하며 두 번째 출발선에 섰다. ‘쇼미더머니’ 이후, 결코 수월하지 않았던 2년여의 공백 뒤에 나온 원의 이야기.




YG는 보통 내부 프로듀서들과 많이 작업하는데, 신인인데도 외부 프로듀서인 차차말론, 그루비 룸 등과 작업했다

원: 처음에는 ‘쇼 미 더 머니’ 끝나자마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무작정 음악작업을 시작했다. 구체적인 플랜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 건지, 회사에 테디 형이나 타블로 형처럼 좋은 프로듀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도 나 혼자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내가 두 곡 밖에 안 낸 상태라서 이 곡들이 어떤 식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이 모두 알기란 불가능하다. 회사에서 짜준 대로 가지고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이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누가 만들어준 작품을 들고 나오면 스스로도 계속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재미도 없을 것 같았고.


전체적인 아트워크나 스타일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원: 스타일링 방향을 잡는 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타일링 팀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보여드리고, 함께 얘기도 많이 나눴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많다. 음악이든 스타일링이든 영상에서든 최대한 나 같은, 나의 모습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종종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데 요새는 스스로를 좀 내려놓자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 너무 욕심을 가지고 뛰어들면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버티지 못할 것 같다. 함께 일하는 분을 신뢰해야 더 오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나 같은 모습’을 강조하는데, 원래 성격은 어떤가.

원: 우울한 영화보다는 밝은 영화를 봐야 하는 사람이다. 우울한 걸 보면 한없이 우울해진다. 어릴 때 ‘SOS 특공대’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엄마나 형이 제발 그런 것 좀 보지 말라고 그랬다. 한 번 보면 일주일 내내 그 내용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리고 미국 드라마 중에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하우 투 메이크 잇 인 아메리카(How to Make It in America)’라고, 내가 소위 ‘인생 드라마’로 꼽는 작품이다. 두 남자가 열심히 옷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담긴 드라마인데, 엄청나게 고생한다. 사실은 그런 걸 좋아한다. 관객인 내가 볼 때는 그런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 보이니까. 지금 내가 고생하는 모습도 나중에 제3자인 누군가가 봤을 때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청춘 드라마, 성장 드라마 느낌에 끌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그런 이유로 좋아하는데, OST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저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코폴라 감독 특유의 색감이 보인다.

원: 그렇다. 내가 계속 건의했다. 빈티지한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고, 내가 어떤 감정으로 이 음악을 만들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서 뮤직비디오 감독님하고도 계속 상의했다. 그래서 ‘그냥 그래’는 마지막 보정 작업 때 아예 미국으로 보냈다. 다행히 그 느낌이 보였다니 기쁘다.


혹시 연기도 해보고 싶나.

원: 만약에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어둡고 불쌍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신체적으로 고통받는 역할일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핍박을 받는 역할일 수도 있고.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연기해보고 싶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가 보다. 고생스러운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고.

원: 아니다. 고생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나도 ‘꽃길’ 걸어야지. (웃음) 솔직히 나이 먹기는 싫은데 나이 들어 보이고 싶다. 나이 든 사람들만의 멋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많이 했으니 그들 안에 쌓였던 게 보여지는 거니까. 아직까지 나는 그렇지 않다.


요즘 들어 새롭게 깨닫는 것들도 있겠다.

원: 욕심을 좀 버리고 싶다. 살짝만. 그동안은 나의 욕심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욕심이 지나쳐서 무너지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아, 그리고 내 음악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음악을 만들 당시에는 이게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느낌이라 생각하고 만든다. 하지만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지 않나. 나뿐만이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것 같다.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바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 모습은 바뀌었는데, 사람들은 예전의 내 모습을 나의 현재로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이 음악이 나에게 어울리고 말고를 혼자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야 내 마음이 좀 편하다. 이게 지금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나 마찬가지인 거다.

“맞아요, 형 / 인기는 내게 쓸데없죠.” ‘맘 편히’ 무대에서 이 부분 가사가 짧은데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데뷔한 지금은 좀 욕심이 생기나.

원: 인기가 첫 번째다. (웃음) 내가 골방에서 혼자 작업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싶은 건 당연하다. 내 싱글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경 쓰지 말자’,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막상 음원이 공개되고 나니 차트 성적이 그리 좋지가 않은 거다. 그걸 보니 갑자기 내가 더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일을 했던 프로듀서, 스태프 분들이 계시지 않나. 차트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그분들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럼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나.

원: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데,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내 색깔이 뚜렷하다고 말하는 것하고는 좀 다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나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슬프지 않나. 그런 의미다. 아, 오늘 너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원래 말이 없는 편인가.

원: 그렇다. 한 일주일은 말 안 해도 되겠다. (웃음)



2017.07.27 사진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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