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프리스틴의 유닛 프리스틴V (로아, 레나, 은우, 결경, 나영)의 앨범 ‘Like a V’의 V는 빌런(Villain)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악당들이 무대 위에서 날뛰는 ‘네 멋대로’다. 그래서,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마음껏 악당이 될 시간을 준비했다.
분홍 머리가 잘 어울려요. 악당이라기에는 너무 사랑스러운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런 걸 생각하고 한 거예요. 너무 세다는 느낌만 주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저만의 캐릭터를 살린 거죠. 탈색은 한 번밖에 안 했는데, 색이 너무 잘 빠져서 고생도 안 했어요. 원래 머리색이 밝거든요.
공백기 때는 어떻게 지냈어요.
일본 드라마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공부해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한 자리에 앉아있는 걸 제가 너무 못해서 중간에 포기했어요. 그냥 좋아만 하는 걸로 하려고요.(웃음)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오는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도 보고, ‘디어 시스터’, ‘백야행’, ‘인간 실격’ 같은 작품들도 다 봤어요. 이중에서도 진짜 재미있는 게 있었는데, ‘나를 보내지 마’요. 아야세 하루카의 서늘한 연기가 좋았죠.
취향이 다양하네요.
로맨틱 코미디는 원래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시하라 사토미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잘 보는 거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뻔한 사랑 얘기는 싫긴 해요. 복제인간 이야기라든지, 취업난 이야기 같은 걸 다루는 이야기가 좋아요. 결말도 열린 결말을 좋아하고요.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있긴 한데, 계속 생각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사실 고어한 작품도 좋아해요. 다들 그렇게 안 보지만요.(웃음) ‘쏘우’의 직쏘도 좋아하고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영화 1부터 10까지 있으면 하나씩 검색해서 다 봐요. 그런 거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 스스로 ‘이게 정상인가?’ 싶을 때도 있죠.(웃음)
이번에 자신이 보여주는 빌런도 그런 의외성이 담긴 거 같아요.
제가 맡은 빌런은 원래 밝고 생각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네 명의 빌런들을 만나서 성격이 달라진 캐릭터예요. 머리색도 그래서 바뀐 건데, 그중에서도 옷을 디테일하게 보시면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저 혼자만 되게 발랄할 때가 있거든요? 원래는 지금 같은 빌런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거죠.
설정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디에요?
이 친구들을 만나서 제가 변했다고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실제로 프리스틴 멤버들을 만나서 좋은 방향으로 성격이 바뀌었어요. 저의 장점을 끌어내주고, 단점은 가려주는 친구들을 만난 거예요. 멤버들이 “네가 없었으면 우리 팀도 없었다”고 이야기해줄 때도 있고요. 사실 제가 부끄럼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아요. 낯도 많이 가리고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어딜 봐야 될지도 모르고. 지금 다니는 숍도 몇 달 동안 다녔는데, 최근에서야 스태프 분들과 친해진 거예요.
무대 위에서 빌런이라는 콘셉트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겠어요.
저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쌍커풀도 진하지 않고, 동글동글한 인상이죠. 그래서 저만의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또 강한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어요. 아예 귀여운 얼굴은 아닌데, 그동안 제가 만들어낸 이미지 자체가 귀여운 게 많았으니까요.
예전 콘셉트와는 너무 달라서 두렵기도 했을 것 같은데.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무서운 게 있어요. 그렇지만 이번 콘셉트 자체가 ‘예쁜 악당들’인데, 예쁘게만 보이면 재미가 없을 거잖아요. 무대 위에서 표정을 찡그려야 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요. 내가 이런 표정을 짓고, 이런 모습을 보여줬을 때 팬들이 과연 나의 이런 모습까지도 좋아해줄까 싶더라고요.
파트도 많이 늘었잖아요. 좀 부담되지는 않았어요?
제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스스로 메인보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희 팀에는 성연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해야 하니까 책임감이 굉장히 커요. 제가 잘 못하면 안 되니까요.
알을 깨고 나온 빌런같네요.(웃음)
맞아요. 저는 걱정이 너무 많은 성격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배고프다, 귀엽다, 짜증난다, 화난다, 기쁘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감정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최대한 단순하게, 오히려 철없어 보일 정도로 편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고요. 예전에는 모든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이 오해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굳이 제가 가서 해명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날 귀엽게 보면 ‘저 사람은 날 귀엽게 보는 사람’, 나를 나쁘게 본다면 ‘저 사람은 나를 나쁘게 본 사람’ 이렇게요.
오늘 하루 동안 내 멋대로 뭔가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할 거예요?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가고 싶기도 하고요. 멤버들하고 요새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어요.
지금도 무척 자연스러워서 매력적이에요. (웃음) 칭찬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끄러워요.(웃음)
2018.06.08 photo by 이진혁(Koi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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